너도나도 떠나는 상황,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손해?
2018 프로야구는 이미 시작이 됐다. 선수단 해외 전지훈련은 2월1일부터 시작이다. 규정상 그 전까지는 단체 훈련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선수들이 스스로 먼저 해외 전훈지로 떠나고 있다.
프로야구 전지훈련은 대개 1월중순부터 시작됐다. 12월과 1월은 비활동 기간이지만, 1월 중순경 출국해 서서히 몸을 끌어올리고 2월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하는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2014년 겨울부터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를 중심으로 비활동 기간 단체 훈련이 일었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에서는 비활동 기간 휴식을 보장받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스프링캠프가 아예 2월에 차려지게 됐다.
지난해 처음 시기를 늦춰보니 시행착오가 있었다. 훈련지에 가서 서서히 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선수들에게는 훈련 기간이 너무 짧았던 것이다. 코칭스태프도 면밀히 준비를 시키지 못했다. 시기상 훈련 시작하자마자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실전 소화 능력이 있어야 했는데, 선수들의 몸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시행착오를 겪자, 선수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1월부터 먼저 전지훈련지에 가서 몸을 만드는 것이다. 따뜻한 곳에서 체력을 끌어올려야 2월 실전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일부 극소수 선수들만 이런 선택을 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LG 트윈스는 무려 22명의 선수가 먼저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한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주축 선수들은 대부분 먼저 한국을 떠난다.
사실상 2월1일 전지훈련 시작이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 자신들에게 손해라는 걸 인정한 셈이다. 2월 훈련 시작을 이끈 선수협 이사들 중에도 먼저 떠나는 선수가 있으니 설명이 필요없다.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금전적으로 손해다. 개인 훈련이기에 경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규정상 편도 비행기 티켓은 구단이 끊어줄 수 있다. 기껏해야 숙소 할인을 도와주는 정도다. 이렇게 15일에서 20일 정도 먼저 떠나면 숙식비가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 든다. 후배들 밥이라도 챙겨야하는 고참 선수들은 지출이 더하다. 그냥 1월 중순에 출발했으면, 개인 지출 없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선수들이 돈을 쓰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저연봉, 저연차 선수들이 걱정이다. 한국에서 열심히 훈련한다고 해도, 효율성 측면에서 떨어진다. 2월 스프링캠프에서 제대로 된 몸으로 생존 경쟁을 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선수협이 다시 전지훈련 시작 일정을 앞당기자고 하기도 뭐하다. 김성근 전 감독같이 힘들게 훈련시키는 감독이 현장을 떠났다고, 다시 돌리자고 하자면 염치가 없는 행동이 된다. 구단들도 지금 상황을 억지로 바꿀 필요가 없다. 안그래도 선수들 연봉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반달 훈련 일정을 줄이면 수억원을 세이브할 수 있다. 많은 연봉을 주니, 프로 선수라면 자신에게 투자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
다만, 다시 한 번 언급하는 건 신인급 저연봉 선수들 처우 개선 문제다. 쉴 선수는 쉬되, 훈련을 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은 만들어져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