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본업은 작사가. 그런데 최근 들어 예능에서 자주 보이는 얼굴이다. 음악 관련 프로그램('슈가맨', '판타스틱 듀오' 등)이야 그렇다 쳐도, '하트시그널'이나 웹 콘텐츠 '이별택시'와 같은 토크 중심의 예능에서 활약 하는 모습은 다소 낯설다.
낯설지만 신선하다는 점이 김이나의 강점. 그리고 풍부한 '이야기'와 이를 통해 만들어내는 '공감'이 그의 '작사 활동'과 '예능 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선희부터 아이유, 엄정화, 가인 등 굵직한 뮤지션들과 작업을 이어오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갖게 됐다는 점도 김이나의 흥미로운 포인트. 지난 4일 방송된 '인생술집'에 엄정화와 함께 출연해 절친한 호흡을 보여준 것이 아주 적절한 예가 될 테다.
"평소 성격이 소극적인 편이라 예능에 어려운 점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재미를 느끼고 나니까 조금씩 편해지는 거 같아요. 요즘에는 아름답게꾸며진 이야기보다는 날 것의 이야기들이 사랑 받는 것 같아요. 현실의 이야기. 그러니까 저도 예능에 출연해 패널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옛날 같았으면? 에이~ 어림도 없죠."
요즘의 예능 프로그램이 김이나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가사를 쓰며 정리했던 풍부한 이야기들이 있기에 화자로 서도 훌륭하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공감할 줄 아는 청자로서의 능력도 탁월하기 때문. 이 재능은 최근 그가 출연 중인 '이별택시'에서 풍성하게 살아나고 있다.
딩고를 통해 볼 수 있는 영상 콘테츠 '이별택시에서 '힐링 드라이버'로 분해 어떤 종류든 이별을 맞은 사람들을 손님으로 태워 이야기를 듣고, 위로를 건네고 있는데, 온라인 상에서 반응이 뜨겁게 일고 있는 중이다.
"음..익명으로 고민을 털어놓는 대학교의 '대나무숲' 게시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택시 기사들은 웬만하면 다시 마주치지 않잖아요. 다시는 안 보게 될 사람들한테 오히려 속내를 털어놓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별택시'가 그래요. 밀폐된 공간이라 속마음도 더 잘 꺼내놓게 되고요. 17살 때부터 쌓아 온 운전 실력이 도움이 좀 되네요.(웃음)"
택시에는 다양한 '이별'을 겪은 사람들이 탄다. 2년 간의 연애에 종지부를 찍은 여자부터 부모님 대신 키워준 할머니에게 머리를 못 해줘 한이 맺힌 미용사까지 저마다 사연도 다르다.
"어릴 때에는 같이 울어줬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주려고 해요. 이별은 완전히 삭제해야 되는 기억이 아니거든요. 이별은 오답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생 때 오답노트를 작성하며 틀렸던 나를 돌아봤던 것처럼 이별을 하면 인간에 대해, 나에 대해 농축적인 성찰을 하게 되거든요. 연애란 끊임없이 상대방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니까요. 이별을 겪어봐야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나한테는 어떤 사람이 좋은지 알게 되더라고요."
이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뜨겁게 일다 보니 택시에서 사연을 전했던 출연자가 부른 노래가 실제 음원 발매로 이어지기도 했다. '썸'을 타다 혼자 이별을 인정하게 된 작곡가 차소연이 그 주인공. 미술을 하는 선배와 예술적으로 교감을 하며 새벽까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던 그는 어느새 답장을 'ㅇㅇ'으로 받게 됐고 남자에게 연인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차소연은 상처를 영감 삼아 '아무 사이 아니니까'라는 곡을 발매했다. 이 영상 콘텐츠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서 공개된 후 현재까지 조회수 89만을 기록하며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순진한 연애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MSG처럼 자극적인 남자를 조금만 경험해봐도 느껴지는 무게가 큰 거죠. 그런데 창작이 멋진 건 그런 아픔도 표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거에요.(웃음)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덜 억울하죠. 좋은 곡이 나왔으니까요."
김이나는 이 콘텐츠를 향한 뜨거운 반응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웬만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보다 주변에서 연락이 더 많이 오고 피드백도 활발하게 주시는 거 같아요. 저도 의아하고 놀랄 정도로요."
2018년에도 김이나의 꾸준한 활동을 만나볼 수 있을까. 새해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건강"이라고 답했다.
"사실 장기적인 계획을 잘 안 세우는 편이에요. 하루살이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웃음) 2017년에는 건강을 못 챙긴 거 같아요. 운동을 하고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좀 더 건강한 삶을 살아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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