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골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곧장 코너플래그쪽으로 달려갔다.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댔다 손흥민(토트넘)의 통쾌하고도 의미있는 대답이었다.
손흥민은 4일 밤(현지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토트넘과 웨스트햄의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2라운드 홈경기에서 시즌 10호골을 집어넣었다. 0-1로 지고 있던 후반 39분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토트넘은 웨스트햄과 1대1로 비겼다.
골세리머니가 의미있었다. 손흥민은 검지를 입에 가져다댄 채 코너플래그쪽으로 달려갔다. 그 쪽에는 웨스트햄 팬들이 있었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 이른바 '쉿! 세리머니'였다. 이유가 있었다.
11월이었다. 영국 축구전문 사이트 '커트오프사이드'는 '토트넘의 손흥민이 차에 타있는 동안 웨스트햄 팬에게 모욕적인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SNS에 올라온 한 영상을 공개했다.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퍼부은 웨스트햄팬을 자처한 이가 직접 찍은 영상이다. 차에 타있던 손흥민은 한 팬에게 사인을 하고 있었다. 운전을 하며 영상을 찍는 남성은 "친구! 새로운 DVD 복사본을 가져다 줄 수 있나? 혹성탈출의 복사본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손흥민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 남성은 "DVD나 팔아라. 나는 웨스트햄이다. 너는 재수 없는 놈"이라고 했다. 손흥민은 웃음을 잃지않고 엄지를 치켜세운 뒤 자리를 떠났다. 'DVD'는 영국에서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단어다.
영국 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이미 손흥민은 지난 시즌 밀월FC의 팬들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은 바 있다. 또 올 시즌 아스널 원정경기에서도 'DVD'라는 조롱을 받았다.
손흥민이 골을 넣고 '쉿! 세리머니'를 하자 영국 언론도 관심을 보였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영국 기자들이 그 의미를 물었다. 모두 다 웨스트햄과의 악연을 머리에 두고 질문을 한 것이었다. 한국 취재진과 만났을 때도 그 이야기가 나왔다.
일단 손흥민은 신중했다. 말을 아꼈다. 그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아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만 했다.
그래도 말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한국 취재진들 역시 영국에서 인종차별을 한두번씩은 겪어봤다. 손흥민의 골과 그 세리머니를 바라보며 통쾌함을 함께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