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심판 A씨는 지난해 12월 말 부심을 본 경기에서 명백한 오심을 범했다. 큰 파장이 일었다. 결국 A씨는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로부터 '무기한 출장정지'란 중징계를 얻어맞았다. 당시에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징계로 A씨는 밥줄이 끊겼다. 함께 징계를 받은 B씨는 개인적으로 체육사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나았지만 심판 외에 다른 벌이가 없었던 A씨는 생계조차 막막했다.
동정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무리 실수를 했더라도 급여까지 중지시키는 건 과한 처사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나오고 있다. 일반 회사에서도 대기발령을 받은 직원에게 급여상 불이익은 있을 수 있지만 아예 급여를 끊어버리는 것은 노동법 위반이다. 물론 A심판의 일터는 일반 직장과 다르다. 하지만 급여가 아예 끊기면 이 심판은 결국 다른 일을 찾을 수 밖에 없다.
한 배구 관계자는 "오심은 부인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배구 오심은 타 종목의 오심과는 영향력 면에서 다르다. 물론 오심 하나로 경기 분위기가 바뀔 수 있겠지만 축구처럼 한 골로 한 팀의 1년 농사가 좌지우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KOVO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건 사회적인 범법 행위를 저질렀을 때 해당되는 이야기다. 오심은 충분히 사람이 할 수 있는 실수"라고 덧붙였다. 오심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지만 실수에 대한 대가로는 가혹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심판 계약은 연봉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매년 10개월 계약직으로 운영된다. 나머지 2개월은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KOVO는 상벌위원 중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요청한 상태다. 위임 계약서상 '위임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시 급여를 일시 중지(업무 수행을 못하는 기간) 또는 감봉 조치한다'고 명시돼 있다. KOVO도 계약해지 조건은 아니라고 판단, 자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A씨에 대한 배구계 전반의 안타까운 시선은 그가 사건 이전까지 과오 없이 공정하게 잘 해온 판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2007~2008시즌부터 KOVO 심판으로 활동해 11년 근속했다. 선심부터 주부심급 심판으로 단계를 밟아 올라갔다. 2008~2009시즌에는 선심상도 수상했다. 현재는 국제심판으로도 활동 중이다. 아직 30대이지만 경험이 풍부한 주부심급 심판으로 호평받던 중이었다. 또 다른 배구 관계자는 "사실 배구 심판계에서 이만한 능력을 가진 심판도 보기 드물다"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출장정지 기간 동안 무조건 급여를 줄 수는 없다. 당연히 보수 규모에 걸맞는 일을 A씨가 맡아서 해야 한다. 무기한 출장정지가 풀릴 때까지 KOVO가 힘을 쏟고 있는 심판 선진화 등 맡겨질 과제에 힘을 쏟아야 한다.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A씨는 큰 실수를 했지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좋은 평판을 얻어온 심판이 단 한 번의 실수로 경력 단절까지 이어지는 건 가혹하다. 이번 사태는 또 다른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앞으로 심판들은 소신판정을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자신감이 떨어지면 더 많은 오심이 나올 수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