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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테스트 일정, 축구협회 심판 운영·관리에 명확한 기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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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2월 9일 프로 심판 1차 체력 테스트가 진행됐다.

같은 날 아마추어 심판 2차 체력 테스트도 함께 치러졌다. 2차 테스트 대상자는 1차 테스트 탈락자였다. 만약 2차 테스트에서도 떨어지면 2018년 심판 배정에서 제외된다.

프로 심판 1차 테스트 결과 3명의 탈락자가 생겼다. 이들은 향후 2차 테스트를 통과해야 2018년 K리그 경기에 배정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는 오는 13일 프로 심판 2차 체력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프로 심판 1, 2차 체력 테스트 '사이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 예정대로라면 1차와 2차 테스트의 간격이 1개월을 훌쩍 넘는다.

이 간격이 긴게 무슨 문제가 될까. 논란의 쟁점은 두 가지다. 첫 째는 아마추어 테스트와의 형평성 문제. 아마추어 심판들은 지난달 9일 최종 2차 테스트를 치르기 전인 11월 지역별 순차적으로 1차 테스트를 했다. 가장 일찍 치른 곳은 경남·울산 지역으로 2017년 11월 5일 진행했다. 부산·전남·충북 지역은 같은 달 26일로 가장 늦게 치렀다. 즉, 부산·전남·충북 지역 아마추어 심판 체력 테스트 탈락자는 12일여에 불과한 회복 및 준비기간을 갖게 되는 것. 반면 프로 심판은 1개월 이상의 휴식기를 가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프로 심판에 이토록 긴 시간을 줘야만 하는 정당성에 대한 지적이다. 당시 탈락했던 3명의 프로 심판 중 한 심판이 1차 테스트 전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심판의 편의를 지나치게 봐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와 함께,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은 나머지 2명의 탈락 심판 역시 1개월 이상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때문에 '제대로 준비를 못했으면 탈락자 중 아무나 진단서 내고 다시 준비하면 된다'는 말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결국 핵심 쟁점은 '왜 13일인가?'이다. 원창호 협회 심판위원장은 "당초 프로 심판 1차 테스트 후 2주 전후로 2차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연말, 연초 등 연휴가 겹쳐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연말, 연초는 조직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매우 바쁜 시기다. 그러나 예정일인 13일은 연휴를 피한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늦은 시기다. 이에 원 위원장은 "탈락 심판들에게 충분한 회복의 시간을 주기 위함"이라며 "한 개인의 편의를 봐주는 차원은 아니다. 모든 심판들에게 동일한 휴식기를 준 것"이라고 했다. 아마추어 심판들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선 "지역별 일정에 맞게 아마추어 심판들이 자유롭게 지역을 선택해 테스트를 볼 수 있도록 했다"며 "개인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 전남 아마추어 심판이 2차 테스트까지 충분한 휴식기를 갖고 싶었다면, 경남·울산 지역에서 테스트 보면 된다는 뜻이다.

원 위원장은 "13일이 확정은 아니고 6 또는 7일, 그리고 13일 정도에서 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달리 해석하면 1차 테스트가 끝난 지 3주가 지났지만 아직 2차 테스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더욱이 프로 심판들은 2018년 K리그 개막 전 동계훈련을 하는데 그 시작일이 19일이다. 13일에 2차 테스트를 하면 동계훈련 불과 1주일 전 참여 명단이 확정된다는 얘기다. 심판 특성상 두 가지 직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있다. 훈련 참여를 위해 미리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향후 일정을 봐도 13일은 그리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날이다. 원 위원장은 "충분한 기회를 주려는 생각이었는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보니 미흡했던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협회는 2017년부터 심판 인재 확보와 기회의 확대를 위해 체력 테스트를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운영·관리 측면이 부실한 모습이다. 행정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뜻으로, 이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테스트를 2회로 늘렸다면 그와 동시에 1, 2차 '사이 기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그를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해야 했다. 그랬다면 설령 이번처럼 진단서를 제출하는 심판이 생기더라도 논리적으로나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아마추어 심판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이유가 없었다. 제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허사다.

원 위원장은 "심판들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이번 사안에서 문제 제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앞으로 진지하게 논의해볼 부분"이라고 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