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올 한해, 가장 사랑받은 TV 속 패션 아이템들만 모았다.
스타일 아이콘 중 단연 으뜸을 꼽으라면 당대 사회의 모습과 대중의 심리상태를 가장 잘 반영한 TV 속 스타와 그의 아이템들이 아닐까. 다사다난했던 올해엔 다양한 모습의 프로그램이 브라운관에 흘러 넘쳤고 그 속에서 몇몇 스타들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에 걸맞은 패션으로 더욱 넓게, 대중 가까이에서 소비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대중의 마음을 빼앗은 스타의 패션 아이템은 무엇일까.
모바일 셀럽 스타일 매거진 셀럽스픽의 자체 데이터(조회수, 좋아요, 바로가기 링크 합산)에 따르면 세 편의 예능 프로그램, 세 편의 드라마 속 5건이 넘는 아이템들이 상위 랭크를 차지했다. 예능, 드라마 부분으로 각각 3개의 작품으로 나눠 살펴봤다.
▶대세는 내추럴 알바룩…'효리네'&'윤식당'
올해 쏟아진 숱한 예능프로그램 중 스타일 측면에서 가장 큰 파급력을 지닌 건 tvN '윤식당' 그리고 JTBC '효리네 민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프로그램 속 등장한 패션 아이템 대부분은 셀럽스픽 연간 차트(2017년 1월부터 2017년 12월 25일 기준)의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효리와 아이유, 그리고 정유미와 윤여정 등 시대를 넘나드는 스타일 아이콘들이 협찬 혹은 럭셔리 아이템에 휘둘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상 속 데일리룩을 보여준 데서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조회수 2만 건에 육박하는 TV패션 종합 1위는 '효리네 민박' 속 이효리가 골라준 아이유의 원피스(종합 1위, 조회 19,926 좋아요 159)가 차지했다. 이는 이효리가 실제 자신의 옷장에 소유하고 있던 아이템.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 등 다소 편안한 차림을 보여주던 아이유에게 저녁 식사를 위해 이효리만의 감각으로 직접 선사해준 스타일링이다. 이는 아이유의 단발머리와 사랑스럽게 어우러지며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하게 됐다.
이효리의 최고의 아이템 역시 바로 이 장면에서 탄생했다. 이효리가 아이유의 원피스를 골라줄 때 입고 있던 에스닉 패턴 드레스와 스트랩 샌들(종합 4위, 조회 17,435 좋아요 241)이 바로 그 주인공. 아이유와 이효리가 서로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교감을 나눴던 이 장면이 '효리네 민박' 최고의 스타일 순간이 됐다.
이어서는 '효리네 민박' 초반 등장했던 이효리의 로브가운이 차지했다. 꾸밈없는 민낯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이효리만의 편안한 제주 홈웨어 아이템으로 1만 건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효리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대변하는 옷이라 더욱 눈길이 갔던 것.
'윤식당' 속 정유미의 아이템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반다나 및 앞치마, 블라우스 등 휴양지 해변가의 식당에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은 당시의 여름 데일리룩 트렌드를 선도했다. 이지하면서도 정유미 특유의 여리여리하고 발랄한 매력을 잘 드러내는 아이템들 중 가장 인기 있던 건 반다나 패턴이 돋보이는 블랙 원피스(조회 14,737, 좋아요 176). 자전거를 타고 식당으로 출근하는 길에 만난 강아지를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과 청순한 스타일은 잘 어우러졌다. 이어서는 정유미의 꼼꼼함이 돋보이는 캔버스 소재의 텀블러백(조회 13,207 좋아요 249)이 차지했다.
▶유명 셀럽? 러블리 뉴 페이스 '하트시그널'
이효리를 뛰어넘는 조회수의 보유자는 배우 배윤경이다. 아직 대중에게 덜 알려진 인물이기에 놀랍다. 보통은 톱스타들이 그 화제성에 힘입어 상위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만, JTBC 관찰 예능 '하트시그널' 속 그녀의 러블리한 아이템들은 톱스타들을 제치고 젊은 층에게 공감을 얻었다. 누구나 꿈꾸는 리얼 로맨스와 일상의 모습이 자연스레 결합된 탓이다.
그 중 단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건 로맨틱 버건디 드레스(종합 3위, 조회 18079, 좋아요 404)다. 한 남성 참가자가 "그날 너무 예뻤다. 반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던, 사랑을 이뤄낸 특별한 순간의 아이템이다. 이어서는 결정적인 데이트가 있던 날 입은 프릴 레터링 맨투맨(조회 12,512 좋아요 516)과 요리를 선보이던 날의 인디 핑크 드레스(조회 11,676 좋아요 434 )등이 많은 좋아요 수를 기록하며 사랑받았다.
▶'도깨비' 독주 체제…시청률 상관없이 신민아, 수지까지
올해 1월 방영을 끝냈지만,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의 여파는 일년 내내 계속됐다. 이후 숱한 드라마들이 방영됐음에도 대단한 파급력의 '도깨비' 속 아이템들의 조회수 기록을 깨긴 힘들었다. 짚고 가야할 점은 그 중에서도 1위는 도깨비도, 도깨비 신부도 저승사자도 아닌 써니 유인나의 아이템들이 차지한 것이다.
유인나의 아이템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건 저승사자 남자친구 이동욱과의 데이트 날 입었던 버건디 롱 코트 및 액세서리(조회 15,887, 좋아요 187)다. 극중 유인나의 발랄하고 도도한 느낌을 부각하면서도, 겨울 데이트룩에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 여성층에 큰 지지를 받았다. 이어서는 이동욱과 동반 환생 후 다시 사랑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줬던 사랑의 커플 팔찌(조회 11,258 좋아요 273)가 차지했다.
이어 남자 배우로는 드물게 배우 이동욱과 공유의 아이템이 상위권에 머물렀다. 이동욱과 공유 모두 유행했던 롱 코트 보단 스트리트 감성이 느껴지는 스웨트셔츠 및 점퍼가 관심을 끌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동운윽 뒷부분 스트랩 디테일이 돋보이는 맨투맨(조회 7,141 좋아요 222)이, 공유는 김고은과 다시 만난 날, 설원을 배경으로 입었던 오버사이즈 야상 점퍼(조회 10,414 좋아요 78)가 차지했다.
이어 tvN '내일 그대와' 속 신민아의 아이템들 또한 여성들 사이에서 관심거리가 됐다. 시청률 수치로만 따졌을 때 흥행엔 실패했을 지 몰라도 패셔니스타 신민아의 톡톡튀는 송마린 스타일은 그에 상관없이 인기를 끌었고, 신민아가 '내일 그대와' 포스터 속에서 착용했던 로맨틱한 트렌치코트 및 가방(조회수 11,515 좋아요 151)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종영한 SBS '당신이 잠든 사이' 속 수지의 아이템들이 '도깨비'의 인기를 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늘 긴 머리를 고수하던 수지의 단발머리 변신과, 그에 발 맞춰 보이시한 느낌을 주는 체크 재킷, 안경, 셔츠 등의 아이템들(조회 16,817 좋아요 366)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전 제작인 탓에 계절감이 살짝 어긋났음에도 최고의 잇걸인 수지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재미로 살펴본 올해의 TV 프로그램 속 인기 아이템과 그 스타들. 이들은 현실의 모습들을 반영해 대중의 마음을 훔쳤을 뿐 아니라, 다시 당대의 트렌드를 선도하기도 하며 즐겁게 소비됐다. 이들이 가진 의미는 남다르다. 첫째로 주로 고가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주름 잡던 과거의 스타 아이템과는 달리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쇼핑몰 브랜드까지, 합리적인 가격대와 품질의 아이템들이 선정됐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또한 화려하게 꾸며진 스타일 보단 캐릭터의 성향을 알기 쉽게 하거나, 스타가 직접 고른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일상적인 옷이 인기를 끌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 하다.
gina1004@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