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은 마지막까지 '파격'이었다.
김판곤 홍콩 대표팀 감독(48)이 대한축구협회가 신설한 감독선발위원장에 선임됐다. 축구협회는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제3차 이사회를 열고 김 감독의 위원장 선임을 확정했다. 현재 홍콩에 체류 중인 김 감독은 곧 귀국해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당초 감독선발위원장직은 '중량감 있는 베테랑 지도자'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축구의 정점인 A대표팀 사령탑을 결정해야 하는 자리라는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경험을 두루 갖춘 전직 K리그 지도자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김 위원장 선임에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축구계 관계자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지난 10월 쇄신책을 발표한 뒤 다양한 경로로 (감독선발위원장) 추천을 받았다. 여러 지도자들이 후보군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정 회장이 쇄신에 걸맞는 인사로 최종 결단을 내렸고, 그 결과물이 김 위원장"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홍콩의 히딩크'로 불린다. 1997년 현역 은퇴 뒤 중경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던 김 위원장은 2000년 플레잉코치 신분으로 홍콩 레인저스에 입단하며 홍콩 축구계와 연을 맺었다. 2005년 K리그 부산 코치로 4시즌간 활약하며 3차례 감독대행직을 맡기도 했던 그는 2009년 다시 홍콩으로 건너가 2년간 사우스차이나를 거쳐 홍콩 23세 이하(U-23) 및 성인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 시기 동아시아경기대회 우승, 동아시안컵 결선행 등의 성과를 내며 홍콩체육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2011년 경남 코치로 잠시 복귀했던 김 위원장은 2012년 다시 홍콩으로 건너가 최근까지 홍콩 대표팀을 이끌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에서는 중국과 두 차례 무승부를 일궈내며 주목 받았고, 홍콩 축구 발전 장기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등 '홍콩 축구의 대부'로 활약했다. 장기간 해외 체류로 폭넓은 경험 뿐만 아니라 영어 구사력까지 갖춰 행정가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축구협회는 김 위원장 선임을 발표하면서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지도자로서의 역량과 행정 업무에 필요한 자질은 충분히 검증된 분'이라며 '국가대표 선수를 경험하지 않은 축구인들도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중요한 직책을 맡을 수 있는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까지 선임되면서 축구협회의 쇄신도 일단락된 모양새다. 앞서 홍명보 전무, 이임생 기술위원장, 박지성 유스전략본부장 등 1990년 이후 A대표 출신들이 협회 전면에 포진했다. 조직-인사 개편 역시 마무리 되면서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은 커지게 됐다.
한편, 축구협회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출전했던 선수단 포상금을 25억원 범위 내에서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2018년 협회 예산으로는 975억2024만원을 의결했다. 공석이었던 미래전략위원장은 유대우 윤리분과위원장이 겸임케 했고, 신설된 소통실 실장으로는 아마추어 K3리그 화성FC 사령탑인 김성남 감독을 선임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