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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못하고 있는 외인들, 돈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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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은 된 선수들이지만 글쎄요…." 최근 구단들에게 타 구단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영입 의사와 관련해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대답이다.

겨울 이적 시장은 뜨겁지만 차갑다. 특정 선수들은 100억원이 훌쩍 넘는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하는가 하면, 다수의 선수들이 소속팀을 찾지 못해 방황하며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연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구단이 외국인 선수 영입을 완료했지만,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이들의 '재취업'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더스틴 니퍼트와 에릭 해커, 앤디 밴헤켄이다. 이들은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넥센 히어로즈에서 오래 뛴 '장수 외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원 소속팀과 다음 시즌 재계약에 나란히 실패했다. 각자의 사정은 모두 다르다. 니퍼트는 두산과 재계약 가능성이 있었지만, 금액 등 차이로 인해 결렬됐다. 두산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조쉬 린드블럼을 데려오면서 외국인 선수 3인 구상을 끝낸 상태다. NC도 올 시즌 함께했던 해커-제프 맨쉽과 과감한 결별을 택했다. 아직 외국인 투수 1자리가 남아있지만 해커와는 일찌감치 헤어지기로 했다.

넥센은 팀 사정상, 그리고 나이와 기량 등을 고려해 밴헤켄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제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데다 어깨 상태가 불투명하고, 넥센도 1선발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 밴헤켄 대신 한화 이글스에서 지난해 뛰었던 에스밀 로저스와 계약을 맺었다. "밴헤켄의 국내 타 구단 이적 등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능성을 모색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중에서도 니퍼트와 해커는 타 구단 이적 가능성이 커 보였다. 니퍼트는 7시즌 동안 통산 94승을 올렸고, 2016년에는 22승 투수로 맹활약을 펼쳤었다. 해커 역시 최근 3시즌 연속 10승 이상, 2015년에는 19승 투수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커리어나 실력 자체로만 놓고 보면 최근 KBO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가운데 '톱'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이들은 이미 환경 적응이나 한국야구 스타일에 대한 적응은 완벽을 넘어섰다.

검증된 카드임이 확실하지만 아직 계약 소식이 없다. 니퍼트와 해커 모두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 잔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니퍼트는 직접 나서서 타 구단에 문을 두드리기도 했고, 해커 역시 기다리는 입장이다.

이들이 계약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돈 때문은 아니다. 물론 전 소속팀에서 많은 연봉을 받았던 선수들이라 기본적으로 몸값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는 불리한 입장이다. 원하는 팀이 없는데 니퍼트나 해커도 많은 액수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구단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퍼가 없는 이유는 근본적인 불안감 때문이다. 니퍼트는 30대 후반을 향해 가는 나이와 올 시즌 보여줬던 기복이 걸리고, 해커는 예민한 성격과 철저히 자신에게 맞춰져있는 루틴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구단도 기존 선수단과의 조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새로운 선수 영입 쪽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