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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은퇴해야 할 이치로, 왜 현역을 고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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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FA로 풀린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44)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각) 교토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난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리지 않은 큰 개가 된 느낌이다. 물론 내년에도 야구를 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곧 내년에도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973년생인 이치로는 내년 만 45세가 된다. 웬만한 선수라면 은퇴하고 명예의 전당 입성을 기다리는 심정일텐데 이치로는 여전히 현역에 대한 애착이 크다. 마이애미 구단은 지난 11월 5일 내년 옵션 200만달러를 포기하고 바이아웃 50만달러를 지급하면서 이치로와의 인연을 끊었다. 마이애미 구단주인 데릭 지터가 이번 스토브리그서 행한 첫 번째 조치였다.

그는 은퇴는 물론이거니와 일본으로 돌아갈 마음도 크게 없어 보인다. 이날 고향인 일본 도요야마에서 열린 '이치로컵 유소년 야구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오퍼가 오지 않는다면 돌아올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많은 것들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제로'가 아닌 이상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했다. 일본 복귀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 것이지만, 우선 목표는 빅리그 잔류라고 봐야 한다.

사실 '안타제조기'로서 이치로의 수명은 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시즌 이치로는 136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5리(196타수 50안타), 3홈런, 20타점, 19득점을 기록했다. 주목할 것은 선발출전이 22경기에 불과하고, 대타 출전이 109타석이나 됐다는 점이다. 백업 요원이었다는 이야기다. 대타 안타 27개는 마이애미 구단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지난 7월 5일 현재 타율이 2할2리였던 이치로는 이후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3할1푼5리를 때려 결국 2할5푼5리로 시즌을 마감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43세 이상의 선수가 한 시즌 50안타 이상을 친 것은 이치로가 6번째다.

이치로는 왜 빅리그 잔류를 이토로 염원하는 것일까. 야구 밖에 모른다는 가혹하리만치 뜨거운 열정, 누구보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철저한 직업정신은 그를 상징하는 단어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이룰 것은 다 이뤘다. 개인통산 3000안타를 넘기며 명예의 전당 헌액을 예약했고, 메이저리그에서 연봉으로만 1억6600만달러(한화 약 1790억원)가 넘는 수입을 올렸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신인왕과 MVP를 동시 석권했으며, 10년 연속 200안타와 올스타 출전, 골드글러브 수상 기록도 세웠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17년 통산 3할1푼2리의 타율, 3080안타, 509도루, 1415득점을 올렸다. 통산 타율 순위는 3000타석 이상 타자 중 역대 91위, 현역 4위다. 안타는 22위, 도루는 공동 35위, 득점은 91위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가 없을 뿐 빅리거로서 모든 영광을 맛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유니폼을 벗는 게 자연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백업으로라도 뛸 수 있기를 희망한다지만 40대 중반의 나이와 떨어진 체력, 감각 등을 감안하면 명예로운 은퇴가 답이라고 권하는 지인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워낙 자존심 강하고 고집이 세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유니폼을 다시 입을 가능성은 있지만 말이다.

50세까지 현역으로 뛰고 싶다고 한 그의 진짜 마음은 무엇일까. 월드시리즈 우승? 아니면 통산 최다안타 기록?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1278안타를 때렸다. 미일 통산 안타는 4358개다. 혹시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인 피트 로즈의 4256안타를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