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정치 논리다. 축구는 또 다시 뒤로 밀렸다.
성남FC(구단주 이재명)가 창단 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 성남시의회는 14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성남시 체육진흥과가 제출한 2018년 성남FC 운영 예산 70억원 전액 삭감을 결정하고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시의회는 당초 18일 본회의에서 삭감안을 표결하기로 했다가 28일로 시기를 늦췄다.
시의회, 특히 야당 측 의원들이 이처럼 강경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성남의 불투명한 경영이다. 성남은 최근 수년간 성남시와 이해관계에 있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시의회는 이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성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두번째는 이석훈 대표의 사퇴다. 이 대표는 성적 부진과 방만한 경영을 이유로 수년간 시의회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지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의회는 "책임을 지는 이는 없고, 세금만 요구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성남의 입장은 다르다. 시의회의 자료 요청 거부에 대해 성남 측은 "과거 자료를 일부 공개했다. 당시 비공개를 약속하고 공개했는데, 야당에서 오픈하더라. 이후 광고도 들어오지 않고 힘들었다. 정치적으로 이를 자꾸 이용하는만큼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두번째 이 대표의 사퇴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벌써 사표를 냈다"고 했다. 이 대표도 이를 인정하며 "예결위에서 예산 통과의 조건으로 내 사표를 요구한다고 해서 여당 측에 '사표를 내겠다'고 했다. 막상 사표를 내니까 투표로 하자고 하더라"고 했다.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나던 파행은 불가피하다. 성남은 지난 두 시즌간 소용돌이 속 표류를 거듭했다. 이해 못할 감독 인선으로 강등하더니, 올 시즌에도 결국 승격에 실패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박경훈 감독은 한 시즌만에 경질됐다. 새롭게 남기일 감독을 데려왔지만, 판을 펴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 예산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올해만큼의 지원은 힘들 전망이다. 벌써부터 주력 선수들의 이탈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그나마 구단을 지탱해준 이재명 시장의 관심도 사라진지 오래다. 아직 뚜껑도 열리지 않았지만, '다음 시즌 승격도 어렵지 않겠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축구 대신 정치가 들어선 성남, 그 속에서 'K리그 최다 우승팀'의 위용은 사라진지 오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