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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흑기사' 서지혜vs신세경, 누가 더 불쌍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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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진짜 피해자는 누굴까.

KBS2 수목극 '흑기사'가 서지혜와 신세경의 악연을 설득력 있게 그리며 시청자를 혼란에 빠트렸다. 20일 방송된 '흑기사'에서는 샤론(서지혜)과 정해라(신세경)의 전생 악연이 그려졌다. 전생에서 아씨(서지혜)는 서방님(김래원)의 사랑을 받는 분이(신세경)를 질투했다. 아씨는 분이의 얼굴을 인두로 지지고 매질을 했으며 산딸기를 구해오라고 시킨 뒤 그를 죽이려 했다. 그러나 분이는 살아남았고, 서방님과 합방까지 했다.

아씨의 입장도, 분이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씨의 입장에서는 종에게 서방님을 빼앗긴 것 만으로도 죽을만큼 자존심 상하는 일인데, 대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로 합방까지 눈 감아야 하니 한이 맺힐 수밖에 없었다. 분이 또한 마찬가지다. 종의 신분이라 말 한마디 못하고 아씨의 분풀이를 받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분이는 자결하려고도 했었다. 서방님의 사랑에 다시 한번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지만 결국 그가 마주한 현실은 씨받이였다. 과거 씨받이는 아들을 낳으면 아이를 빼앗기고, 딸을 낳으면 아이를 키울 수도 있긴 하지만 딸에게 씨받이라는 운명이 상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최후를 알고 있는 분이는 서방님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행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 낳고 죽으면 안될까요"라며 비참한 운명을 한탄하기도 했다.

이처럼 '흑기사'는 두 여자의 입장을 너무나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남편을 빼앗긴 서지혜도, 신분의 한계 때문에 사랑 외에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신세경도 모두 불쌍하긴 매한가지다. 이에 시청자들도 서지혜의 악녀 본색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냉마녀인줄만 알았던 그의 아픈 전생이 공개되면서 '그럴 만 했다'는 이야기가 줄을 잇고 있다.

전생과 현생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그림은 최근 들어 많은 작품에서 보여줬던 구도다. 그러나 '흑기사'는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게 전생과 현생의 인연을 매치시키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설득력 있고 공감되는 캐릭터 설정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내공이 더해지다 보니 '흑기사' 만의 확실한 매력이 살아난다는 것.

이에 힘입어 '흑기사'는 수목극 1위로 안착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흑기사'는 10.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9.1%)에 비해 1.3% 포인트 상승한 수치이자 자체 최고 기록이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이판사판'은 6.8%, 7.4%, MBC '로봇이 아니야'는 2.6%, 3.3%의 시청률을 보였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