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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다…뮤지컬 '광화문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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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광화문 연가'(서울시뮤지컬단·CJ E&M 공동제작)를 보면서 잠시 '당혹감'을 느꼈다. 초연(2011년)과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이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주인공 명우가 젊은 날을 추억한다는 기본 얼개만 빼고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스토리라인은 원 노랫말과 조화를 이루도록 좀더 유연해졌고, 극 후반에 반전을 넣어 심심함을 달랬다. 극중 명우의 시간여행 가이드 역할을 하는 '월하'라는 캐릭터도 새로이 추가했다. 여기에 나선형 계단의 무대와 다양한 영상과 그림, 한층 드라마틱해진 편곡, 거기에 198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 기형도의 대표시 '빈집'을 수미상관으로 배치했다. 사실상 새 작품이나 다름없다.

뮤지컬을 재공연할 때마다 흔히 '업그레이드'했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번 '광화문 연가'는 '대(大)공사'를 감행했다. 약간의 수정도 쉽지 않은데 이렇게 다 뜯어고친 경우는 난생 처음 본다. 스타일리시한 이지나 연출과 새로 가세한 관록의 작가 고선웅을 비롯해 서병구(안무), 김성수(음악감독), 오필영(무대) 등 스태프들의 열정과 에너지 덕분이다. 서울시뮤지컬단과 CJ E&M의 협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무대 위에서는 월하가 훨훨 날았다. 월하 역의 차지연은 제대로 물을 만났다. 무대와 객석을 쥐락펴락하며 그 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자신의 에너지로 가득 채웠다. 국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장르를 섭렵해온 차지연은 '마타하리'와 '송화'(서편제), 복면가왕 '캣츠걸'과는 또 다른, 아니 합쳐 놓은 듯한 프로페셔널 광대 '월하'를 만들어냈다.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연기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와중에 기막히게 극의 템포를 조절한다. 차지연의 '쇼'를 보는 것만으로도 티켓값을 뽑기에 충분하다.

고(故) 이영훈이 작곡하고 이문세가 부른 주옥같은 히트곡들은 '광화문 연가'의 든든한 자산이다. 이 작품이 '가장 성공한 한국형 주크박스 뮤지컬'로 자리매김한 것도 '광화문 연가', '옛사랑', '붉은 노을', '사랑이 지나가면'과 같은 귀에 익은 노래들이 끊임없이 흐르는 덕분이다. 특히 안재욱 이건명 임강희 허도영 등 정상급 뮤지컬배우들의 목소리로 드라마틱하게 편곡되어 듣는 이영훈의 노래는 그야말로 '귀 호강'이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친숙한 멜로디와 차지연의 강력한 에너지 사이에서 드라마는 잠시 방황하나 곧 주제를 향해 달려간다. 어떤 세대이건 청춘은 불면의 밤이 있어 아름답다. 시대의 아픔을 감당하며 80년대를 보낸 청춘들도 마찬가지다. 기형도의 시처럼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첫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회한을 넘어 그 세월을 견뎌온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다.

'중년 명우' 역에 안재욱 이건명 이경준, '젊은 명우' 역에 허도영 김성규 박강현, 명우의 옛사랑 '중년 수아' 역에 이연경 임강희, '젊은 수아' 역에 홍은주와 린지가 각각 출연한다.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 역에는 정성화와 차지연이 번갈아 나선다. 내년 1월 14일까지.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