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는 정말 좋은 선수다.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2017년 동아시안컵은 한국의 잔치로 막을 내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2승1무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상도 모조리 휩쓸었다. MVP(최우수선수)는 이재성, 득점왕은 김신욱(3골·이상 전북)에게 돌아갔다. 벼랑 끝에 몰렸던 신태용호는 11월 평가전 2연전(콜롬비아, 세르비아) 선전에 이어 동아시안컵 우승까지 차지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뤘다. 여러 수확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발견은 역시 '신데렐라' 조현우(대구)일 것이다. 조현우는 이 대회 최고의 수문장으로 선정됐다.
K리그에선 이미 최정상급 골키퍼로 자리를 굳혔지만, 유독 A대표팀과 연이 없었던 조현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였던 2015년 최초로 A대표팀에 합류했으나, 출전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조현우는 K리그에선 펄펄 날았지만, 태극마크와의 거리를 좁히지는 못했다.
기다림의 시간 끝에 기회는 왔다. 때는 지난달 14일 울산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평가전(1대1 무).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조현우는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비록 1골을 내주며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놓쳤지만,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멋진 선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어진 동아시안컵 북한전(1대0 승), 일본전(4대1 승)에서도 선발로 나서 최후방을 든든히 수호했다. 날로 치솟고 있는 조현우의 주가. 이를 지켜보는 조광래 대구 대표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내가 누누히 말했지 않은가. 조현우는 정말 좋은 선수다."
조 대표는 "그간 A대표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는데 이제 많은 사람들이 조현우의 기량을 알게됐을 것"이라며 "조현우는 언제 어떤 경기에 나서더라도 완벽히 준비된 선수"라고 했다.
조 대표는 조현우의 강점으로 '태도'를 꼽았다. 그는 "조현우는 어떤 순간에도 성실하고 밝은 태도를 잃지 않는다. 훈련이 힘들면 힘들수록 더 적극적으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게 조현우"라며 "훈련과 경기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조현우는 특유의 긍정적인 기운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의 기분까지 좋게 한다"고 말했다.
애정이 깊은 만큼 조현우의 A대표팀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조 대표는 "동아시안컵 중국전을 보고 조현우가 나올 타이밍이 됐다고 느꼈는데 딱 그렇게 됐다"며 "보면 알겠지만, 세르비아전도 그렇고 북한, 일본전까지 조현우가 나온 경기는 불안하지 않다"고 했다.
앞날이 더 기대되는 조현우다. 조 대표는 "지금도 뛰어나지만 더 성장할 선수다. 세계축구의 흐름에 맞춰 더 공격적으로 수비를 리드하고 활동 범위를 넓히면 한 차원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데헤아, 노이어 등 세계 최고의 수문장들이 그렇지 않은가. 나는 조현우도 그에 못지 않은 잠재력을 가졌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골키퍼를 돌려 써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조현우에게도 기회를 준 신태용 감독의 판단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 선택으로 A대표팀과 조현우 모두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된 것 같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