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순에는 수많은 전략이 담겨 있다. 타자들의 장단점과 당일 컨디션, 상대 투수 및 팀과의 상성 등 타순 작성에 앞서 고려할 요인이 엄청 많다. 그래서 프로야구 각 팀 감독들은 매 경기 전 타순을 짜는 데 고심하곤 한다. 큰 틀까지 바꾸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세부적인 조정에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년 시즌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타순을 짤 때 올해보다는 조금 덜 고민하게 될 듯 하다. 스토브리그에서 거포 박병호를 다시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라는 이미지가 굳게 각인된 선수다. 비록 메이저리그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여전히 박병호의 장타력과 홈런 생산 능력은 엄청나다. 당장 내년 시즌 강력한 홈런왕 후보로 거론된다.
어쨌든 박병호의 합류로 일단 붙박이 4번은 확정됐다. 이것만 해도 감독에게는 큰 힘이 된다. 특히나 올해 넥센은 4번 타자의 무게감이 상당히 떨어졌던 팀이다. 여러 선수를 번갈아가며 기용했는데, 그나마 김하성이 85경기에서 4번을 맡아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김하성은 전형적인 4번 타자 스타일은 아니다. 팀 사정상 그 자리에 나섰을 뿐이다. 김하성은 타율 3할2리에 23홈런 114타점으로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신기록을 세웠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뛴 결과다. 그러나 다른 팀 4번 타자에 비해 파괴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박병호는 이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 결국 내년 시즌 넥센의 고정 4번은 박병호의 몫이다. 그렇다면 김하성은 어느 자리에 나서야 할까. 여기서부터 내년 시즌 넥센의 베스트 타순에 관한 궁금증을 가져볼 만 하다. 사실 정답은 없다. 그러나 다양한 조합을 두고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일단 1-2번 테이블 세터진은 큰 고민없이 결정될 수 있다. 이정후-서건창을 능가하는 조합이 나오기 어렵다. 정확성과 출루율, 그리고 작전 소화력, 개인 도루 능력까지 모두 갖췄다. 관건은 오히려 3번이다. 박병호에게 4번을 내주게 될 김하성이 배치될 것인가 아니면 외국인 타자가 초이스가 나서야 하는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장타율 면에서는 초이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하성은 장타력에 스피드까지 갖췄다. 3번을 맡게 되면 테이블 세터진과 함께 매우 빠른 템포의 공격이 가능할 수 있다. 장 감독이 신중히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채태인이 주로 나왔던 5번 자리도 고민이다. 채태인은 현재 FA 시장에 나와있는데, 넥센은 무리하게 잔류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만약 채태인이 타팀과 계약할 경우 그 자리가 비어버린다. 그래도 대체 후보는 있다. 김하성과 초이스 중에 한 명이 맡거나 혹은 김민성이 들어와도 무방하다. 또는 5, 6번 중 한 자리에 고종욱을 전진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결국 5~6번 후보는 많다. 심지어 지명타자-1루수 요원으로 거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장영석을 기용하는 방안마저 있다. 이들 후보들을 순서대로 나열하기만 해도 7~8번 타순까지 금세 채울 수 있다. 포수 박동원은 9번 혹은 8번에서 힘을 보탤 수 있다. 과연 내년 시즌 넥센의 화력을 가장 잘 살려줄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은 어떤 모습일까. 무수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상만으로도 한 겨울이 금세 지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