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A대표팀 감독의 2017년 동아시안컵 목적 중 하나는 '옥석가리기'였다.
주축인 유럽파의 빈 자리는 K리거와 중국,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이 채웠다. 플랜B, C를 찾기 위해 이들을 실전에서 테스트하고 성과를 점검했다. 동아시안컵은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신 감독의 체크리스트에 쓰인 점수는 제각각이다.
김신욱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선수라는 점이 입증됐다. '1m96의 장신 공격수'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으나 이번 대회에서 제공권 장악 뿐만 아니라 움직임이나 2선 연계 모두 수준급 활약을 펼쳤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강조하고 과감하게 선발 기용을 택한 신 감독의 노림수가 적중한 것도 있지만, 김신욱 스스로의 노력도 부인할 수 없다. 체격 면에서 한 수 위인 스웨덴, 독일 뿐만 아니라 제공권 장악력이 떨어지는 멕시코를 상대할 때 내놓을 무기로 손색이 없음을 증명했다.
K리그 MVP(최우수선수) 이재성(전북 현대)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러시아행 도전 자격을 얻은 선수로 꼽힌다. 11월 A매치 2연전에서 측면 공격수로 뛰며 보여준 활약을 이번 대회에서도 그대로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패스와 결정력 모두 나무랄데 없는 모습을 선보이며 항간에서 떠도는 '유럽행 추진'의 자격을 갖췄음을 보여줬다.
조현우(대구FC)는 골키퍼 경쟁에 더욱 불을 당길 전망이다. 11월 세르비아전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주목 받았던 그는 북한전 무실점에 이어 일본전에서 페널티킥으로 1실점한 것을 제외하면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공중볼 처리와 수비 조율, 킥 모두 경쟁자인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와 경쟁할 만한 수준이었다.
'무회전킥'의 주인공 정우영(충칭 리판)은 이번 동아시안컵을 계기로 명예회복에 성공하며 러시아행의 희망 역시 밝아졌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저조한 활약에 그쳤지만 과감한 프리킥으로 일본 골문을 열면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밖에 일본전 쐐기골로 '후반 조커'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염기훈(수원 삼성)이나 북한, 일본전에서 안정된 수비를 보여준 정승현(사간도스), 측면 공격, 수비에서 맹활약한 김민우(수원 삼성)도 남은 6개월 간 본선 경쟁권을 얻은 선수들로 꼽힌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