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가동'인가, '역량 집중'인가.
KIA 타이거즈의 2018시즌 목표는 명확하다. '수성', 즉 올 시즌 거둔 통합 우승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물밑 작업이 시즌 종료 후 활발히 이뤄졌다.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 3인방, 헥터 노에시-팻 딘-로저 버나디나와 재계약을 마쳤다. 또한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 등을 통해 내외야의 뎁스도 강화했다. 아직 양현종-김주찬과의 계약이 남아있지만, 이 또한 시간 문제로 보여진다. 내년 시즌 채비를 단단히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년 시즌을 전망할 때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내내 고민거리였던 불펜-마무리 문제다. 특히 앞선 상황에서 경기를 확실한 승리로 끝내 줘야 하는 '클로저'를 누구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올해 KIA는 마무리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원래 마무리로 낙점한 임창용이 흔들렸고, '젊은 피' 김윤동도 잘할 때와 못할 때의 기복이 컸다. 임창용은 5개의 블론세이브를 했고, 김윤동도 6개를 기록했다. 급기야 KIA는 시즌 중에 넥센 히어로즈에서 김세현을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김세현은 팀 합류 후 21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3.43에 8세이브를 올리며 팀 우승에 적지않은 힘을 보태다. 하지만 블론세이브도 3개가 있었다.
이런 상황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현 시점에서 KIA에는 클로저로 쓸 수 있는 선수가 세 명이다. 임창용-김세현-김윤동이다. 냉정히 말해 셋 중 누구도 확실한 강력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시기에 따라 셋을 번갈아 썼다. 위태로웠지만, 그런대로 잘 넘어간 시즌이다.
그러나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곤란하다. 코칭스태프가 스프링캠프 등을 통해 결정할 문제인데, 일단 셋 모두를 마무리로 쓰긴 힘들다. 정규시즌 엔트리상 비효율적인 구성이기 때문이다. '필승계투 1명-더블 스토퍼' 혹은 '계투 2인-클로저' 구성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셋 중 누구를 맨 뒤에 세우느냐이다.
경험상으로는 임창용을 능가할 선수가 없다. 그러나 역시 임창용은 체력 문제가 변수다. 그가 만약 비시즌에 충실히 몸을 만들어 체력과 구위를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려놓는다면 마무리로 고정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나이를 감안할 때 확신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영입파 김세현에게 시즌 초반부터 힘을 실어주는 방법도 있다. 동료들과 우승을 함께 이루며 완전히 타이거즈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몸만 잘 만든다면 꾸준한 활약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이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일 수 있다. 김윤동은 젊음과 구위가 강점이지만, 경험이 적다. 그래서 혼자 마무리 역할을 하긴 다소 무리가 있다. 과연 KIA 코칭스태프는 이들 세 명을 어떻게 조합해낼까. 이 결론에 정상 수성의 열쇠가 달려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