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윤석(49)이 "내 작품 중 보면서 가장 운 작품이다"고 말했다.
휴먼 영화 '1987'(장준환 감독, 우정필름 제작)에서 박종철(여진구)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원 처장을 연기한 김윤석. 그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영화 '타짜'(06, 최동훈 감독) '추격자'(08, 나홍진 감독) '황해'(10, 나홍진 감독) '해무'(14, 심성보 감독)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13, 장준환 감독) '검은 사제들'(15, 장재현 감독) '남한산성'(17, 황동혁 감독) 등 독보적인 캐릭터로 작품을 이끈 김윤석. 그가 '남한산성' 이후 올해 두 번째 작품인 '1987'을 통해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 눈길을 끈다.
'1987'에서 투박하면서도 서늘한 평안도 사투리, 살기 가득한 매서운 눈빛으로 박 처장을 소화한 김윤석은 사선에 함께 선 부하들을 아버지처럼 품다가도 목적에 어긋나는 대상을 향해 가차 없는 응징을 지시하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과시한다. 분노와 차가운 이성을 오가는 연기력으로 폭력의 시대, 그 맨 앞자리에 있었던 인물의 초상을 완성하며 '1987'을 이끈다.
김윤석은 "처음 '1987'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보나마나 박 처장 역할 줄 것 같았다. 어찌보면 제일 분량이 많고 가장 강력한 대항마가 필요했던 것 같다. 소시민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한몸 불태워 선택하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나리오 초고에서는 수정본을 보고 싶었다. 중요한 사건을 영화화할 때 다큐멘터리보다 더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를 만들 자신이 없으면 영화를 제작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초고는 굳이 영화로 만들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후 장준환 감독의 섬세함으로 보충돼 이 영화가 나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작품을 했다고 해서 마치 그 시대에 열렬히 사회운동을 했다고 보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대학생이었던 사람으로서 마음 한켠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엄숙함도 있을 것이다. 그 위에 영화는 재미있어야 관객이 볼테고 그 안에 담긴 뜻을 관객이 가져가지 않겠나. 그래서 그 두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윤석은 "어제(13일) 시사회를 통해 완성본을 봤다. 무엇보다 장준환 감독이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담으려고 한 점이 눈에 띄었다. 내가 맡은 역할이 영화에서 필요한 만큼의 몫은 스스로 한 것 같아 기쁘다. 모든 배우들이 자기 몫의 분량을 소화했다. 이렇게 많은 배우들이 한 영화에 나오면서 마치 카메오처럼 원맨쇼를 하고 빠지면 안되지 않나? 모든 배우들이 아주 적절하게 자신의 롤을 하고 빠진 것 같아 좋았다. 장준환 감독의 조율에 놀랐다"며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 배우들이 영화를 보면서 전부 울었다. 그동안 내 작품을 보면서 운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난다. 작품 중 제일 많이 운 것 같다. 나이가 많아서 눈물이 많아졌나 싶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한편,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그리고 강동원, 설경구, 여진구가 가세했고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카멜리아'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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