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주인공 삼차사 보러 갔다가 세 명의 조연에게 빠졌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자 제작 단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몰고 다녔던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주)덱스터스튜디오 제작, 이하 '신과함께')가 지난 12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죽기 전에 봐야할 최고의 웹툰'으로 꼽히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신과함께'는 웹툰을 현실화 시켜주는 완벽한 캐스팅으로 더욱 기대를 높였다. 특히 망자의 저승길의 긴긴 여정을 함께 하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이자 극의 중심인 삼차사 강림·해원맥·덕춘 역을 연기력 뿐 아니라 100%의 싱크로율까지 갖춘 하정우·주지훈·김향기가 맡아 더욱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영화에서는 저승길을 이끄는 주연 삼차사보다 보다 조연인 세 배우의 연기와 캐릭터가 더욱 빛을 발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영화인 주인공인 삼차사 하정우·주지훈·김향기, 이들이 변호를 맡은 망자 김자홍 역의 차태현 보다 더욱 보는 이의 뇌리에 더욱 깊게 박힌 것.특히 김자홍의 동생이자 제대를 2주 앞두고 억울한 죽음을 당해 원귀가 된 육군 병장 수홍 역의 김동욱은 '신과함께' 영화 전체에서 그야말로 가장 '하드캐리'한다. 어머니를 끔찍이 여기고 군대 내 관심 병사까지 살뜰히 챙겼던 선한 수홍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게 된 후 분노에 차 원귀가 돼 이승과 저승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신과함께'의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전형적이고 1차원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는데 반해 수홍은 선함과 악함을 오가며 가장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후반부 들을 수 없는 어머니에게 수화로 속내를 전하는 장면은 139분짜리 영화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로 꼽힐 만 하다. 김동욱의 절절한 대사 소화력과 눈빛이 없었다면 이 장면은 뻔한 신파 장면으로만 그쳤을 것. 온갖 화려한 CG가 동원된 영화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은, 김동욱의 감정 연기가 살아 숨쉬는 바로 이 장면이다.수홍과 같은 부대에 소속된 병사로 수홍이 늘 챙기던 후임이자 모두가 주목하는 관심사병 원일병 역을 맡은 도경수 역시 훌륭하다. 앞서 드라마 SBS '괜찮아, 사랑이야', 영화 '카트' '7호실' 등에서 풍부한 내면 연기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도경수는 이 작품을 통해서 감성 연기의 완결판을 보여준다. 관심 사병으로 늘상 주눅이 들어있는 표정, 하지만 자신을 편견없이 따뜻하게 대해주는 유일한 사람인 수홍을 향해서 보이는 순수하고 맑은 미소, 어떠한 사건을 겪은 이후 죄책감으로 한없이 무너져 내리는 혼란스러운 원일병의 내면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수홍과 원일병의 상사 박중위 역을 맡은 이준혁 역시 훌륭하다. 군 내에서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박중위는 다소 1차원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캐릭터. 하지만 이준혁은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모습 뒤로 숨길 수 없는 죄책감의 감정을 흔들리는 눈빛과 떨리는 얼굴 근육으로 세심하게 연기한다. 앞서 지난 7월 종영한 웰메이드 장르 드라마 tvN '비밀의 숲'에서 미워할 래야 미워할 수 없는 탐욕스러운 밉상 검사 서동재를 연기했던 그는 서동재의 모습에서 유머러스함을 완전히 뺀 '악역'을 연기했음에도 묘하게 짠한 박중위의 모습을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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