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영애씨가 현실로 돌아왔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평범한 직장 여성 영애씨(김현숙)를 통해 대한민국 직장인의 현실을 담아낸 드라마다. 작품은 영애씨와 주변인들의 짠내나는 일상과 사랑 이야기를 통해 흙수저 직장인들의 고군분투를 현실감 있게 전달했고 동시에 러브라인 판타지도 꿈꾸게 했다. 특히 20대 후반~30대 여성들의 실질적인 고민과 현실이 적나라하게 담긴 덕분에 많은 여성팬들은 영애씨와 함께 울고 웃으며 드라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그러나 지난 시즌 14, 15는 시청자가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본질에서 벗어난 전개를 보인 게 사실이다. 늘 사랑에 아파하면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달렸던 영애씨는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삼각관계에만 치중하다 보니 현실감이 심하게 떨어졌다. 허무맹랑한 연애놀음에 시청자는 여지없이 실망감을 드러냈고, 말도 안되는 러브라인의 종결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다행히 새롭게 돌아온 시즌 16은 이러한 시청자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분위기다. 영애씨가 작은 사장님 이승준(이승준)과 혼전임신으로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는데, 이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감각이 꽤나 현실적이다.
11일 방송에서도 그랬다. 이날 방송에서 영애씨는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바이어들과의 술자리 접대에 나섰다. 계약 성사가 달린 중요한 자리였던 만큼, 영애씨는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셨고 노래방 분위기를 주도해 나갔다. 하지만 임신 초기에 무리하게 몸을 던지다 보니 탈이 났다. 영애씨는 복통으로 병원에 실려갔고, 이 과정에서 김이사(김재화)에게 임신 사실을 들켰다. 김이사는 영애씨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직장내 여성 인권과 복지 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임신은 경력단절의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임신한 여성은 대부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들었던 회사를 뒤로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 만큼 이번 에피소드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남자는 일과 아이를 모두 가질 수 있는데 왜 여자만 그 선택을 강요받아야 하는지. 그런데 그게 현실이야. 여긴 전쟁터고, 뒤쳐지면 끝"이라는 김 이사의 말도, "나는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 좀 뒤쳐지더라도 같이 가고 싶다"는 영애씨의 말도 모두 현실을 접해본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사였다.
이처럼 '막돼먹은 영애씨'는 험난한 영애씨의 임신과 결혼을 그리며 다시금 공감대를 쌓아가고 있다. 두 시즌이나 끌어온 지지부진한 연애 놀이를 끝내고 마침내 현실감을 되찾으니 시청자도 반겨주는 분위기다. 지난 4일 2.8%(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2회 만에 3%대 시청률을 돌파하며 돌아선 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현실로 돌아온 영애씨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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