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가 26점 차의 열세를 딛고 극적 역전승을 거뒀다. 리그 최고의 끝판왕 디온테 버튼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DB는 12일 서울 잠실학생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SK를 연장 접전 끝에 95대94, 1점 차로 물리쳤다.
버튼의 움직임은 4쿼터부터 완전히 달랐다. 마치 집중력을 배가시킨 전사의 모습이었다. 결국 연장을 이끈 극적인 3점포, 연장 역전에 성공하는 3점포, 그리고 끝내기 블록슛까지. 만화에 나올 만한 승부사의 모습이었다.
▶SK는 또 다른 수비를 준비했다
팽팽한 듯 했다.
SK는 트레이드 마크 3-2 지역방어와 드롭존(3-2 지역방어에서 가장 중앙의 한 선수가 골밑까지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변형 지역방어)을 사용했다. DB는 두경민의 3점슛 2방과 김영훈의 3점슛으로 응수했다. 공을 중앙에 투입한 뒤 양쪽 사이드를 공략하는 전통적이면서 가장 효율적 방식.
하지만, 문제는 에너지 레벨이었다. SK의 3-2 지역방어는 매우 압박이 심했다. 3점슛 라인 위쪽으로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며 압박했다. DB는 앞선에서 공격작업이 끊어지며 잇단 스틸을 허용했다. 결국 1쿼터 4분6초부터 7분까지 SK는 속공으로 무더기 득점을 올렸다. 순식간에 21-11, 10점 차의 리드를 잡았다.
SK는 테리코 화이트를 투입했다. 여기에 DB 서민수 수비 스킬이 아쉬웠다. 3점슛 라인 밖에서 화이트는 서민수의 손이 실린더를 침범한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3점슛을 던졌다. 팔에 걸리면서 자유투 3개. 이후, 화이트는 3점슛을 또 다시 터뜨렸다. 31-16, 1쿼터는 SK 15점 차의 압승.
SK는 공격에서 '국지전'에 능했다. 미스매치를 적절히 이용했다. 헤인즈와 화이트를 이용해 미드 레인지 부근 미스매치를 이용해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매우 효율적이었다. DB는 윤호영이 들어왔다. 3-2 드롭존을 깰 수 있는 패싱력을 갖춘 선수. 이지운의 3점포가 터지면서 41-26, 15점차로 추격.
여기까지였다. SK는 매우 인상적 수비를 보였다. 그동안 SK는 3-2 드롭존을 애용했다. 하지만 상대팀의 적응도는 점점 높아졌다. SK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날 SK는 사이드, 그리고 3점슛 45도 지점에서 기습적 트랩 디펜스를 사용했다. 체력이 떨어진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활발한 로테이션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3-2 지역방어의 큰 틀은 가져가면서도 두 지역의 트랩을 설치하자, DB의 볼 흐름은 뚝뚝 끊어지기 시작했다. 패스미스가 속출했다. 믿었던 디온테 버튼의 두 차례 패스미스.
SK는 차곡차곡 리드를 벌려나갔다. 2쿼터 끝나자 54-28, 26점 차 리드.
프로농구에서 15점 차가 매우 중요하다. 10점 안팎으로 근접하면 후반에 추격 기회가 생긴다. 흐름 자체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20점 이상 리드가 벌어지면 추격 의지 자체를 잃는다. SK의 전반전은 상대의 추격 의지마저 차단했다. 매우 위력적이었다.
▶버튼이 끝냈다.
DB는 3쿼터 초, 중반이 매우 중요했다. 극적 반전이 없으면 그대로 백기였다.
두경민이 흐름을 만들어냈다. 3점포 2개를 터뜨린 그는 미드 레인지 점퍼에 이어 또 다시 상대 수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감한 3점포를 터뜨렸다.
62-40, 여전히 22점 차였지만, SK 벤치는 작전타임을 불렀다. 흐름을 끊기 위해서였다. DB 벤치는 승부를 걸었다. 김주성을 투입했다. 윤호영도 재투입.
김주성이 벤슨에게 투입, 깨끗한 하이-로 득점을 올렸다. 버튼의 얼리 오펜스가 위력을 발휘했다. 3쿼터 1분45초를 남기고 다시 두경민의 3점포. 어느덧 68-55, 13점 차까지 쫓아왔다. 승패는 알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하지만 DB의 3쿼터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잇단 실책으로 화이트에게 2연속 속공 득점을 허용했다. 이후, 헤인즈가 또 다시 속공 상황에서 득점. 결국 74-55, 19점 차 SK의 리드. 한숨을 돌린 SK였다.
4쿼터 초반. DB는 야금야금 추격했다. 저돌적 돌파로 파울을 유도하고, 자유투. 아쉬운 점은 초반 자유투가 말을 듣지 않았다. 6개 시도 3개 성공(50%).
SK 3-2 드롭존에 DB는 완전히 적응했다. DB는 골밑으로 볼을 투입, 수비를 몰아넣은 뒤 외곽으로 연결, 김주성(3점슛 2개) 서민수의 3점포가 터졌다. 4분38초를 남기고, 78-69, 9점 차까지 추격했다.
SK는 자유투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자 DB가 거세게 추격했다. 83-80으로 뒤진 상황에서 버튼이 던진 3점포가 그대로 림에 빨려 들어갔다. 극적인 연장전.
연장은 SK의 흐름이었다. 정재홍의 3점포가 터졌다. 이어 헤인즈가 파울 자유투 2개를 얻었다. 88-83, 5점 차.
DB는 두경민의 3점포로 추격했다. 이후, 두경민은 또 다시 전세를 뒤집는 정중앙 3점포를 터뜨렸다. 역전. SK는 최부경은 미드 레인지 점퍼로 다시 재역전.
그리고 DB의 실책. 하지만, 정재홍의 속공 레이업 슛이 림을 돌아 나왔다. 그리고 DB는 김태홍이 오른쪽 사이드에서 다시 3점포를 터뜨렸다. SK는 다시 헤인즈의 동점포.
92-92 동점. 그리고 또 다시 헤인즈의 단독 돌파에 의한 덩크슛이 터졌다. 94-92. SK의 역전.
하지만 이때 다시 버튼이 움직였다. 3점포가 터졌다. 이후 헤인즈의 골밑돌파를 그대로 러닝 블록슛. DB가 26점 차를 뒤집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한편, 이날 여전히 석연찮은 판정이 나왔다. 4쿼터 5분27초를 남기고 SK 화이트가 돌파한 뒤 넘어졌다. 파울 콜은 불리지 않았다.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DB는 하프라인을 넘어 공격하던 도중이었다. 갑자기 휘슬이 불렸다. 그리고 비디오 판독을 하기 시작했다. 비디오 판독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가 진행 중에 휘슬이 끼어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경기 진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