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장면만 놓고 판단할 수는 없다. 앞선 경기부터 이어져 온 신경전이 결국 불붙고 말았다.
10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KEB하나은행과 아산 우리은행 위비의 경기. 우리은행이 10점 가까이 앞선 4쿼터 중반. 양팀 외국인 선수들이 코트에 엉겨 넘어졌다. 우리은행의 나탈리 어천와와 하나은행의 이사벨 해리슨이었다.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이 엉켜 가벼운 몸싸움을 벌였고, 곧바로 양 팀 다른 선수들이 달라붙어 둘을 떼어냈다. 어천와는 격해진 감정을 참을 수 없는듯 해리슨을 향해 고함을 질렀고, 해리슨 역시 한동안 씩씩거리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심판진은 둘 모두에게 곧바로 퇴장 조치를 했다.
중계 방송사의 느린 화면으로 봤을 때, 하나은행의 공격 도중 1:1로 붙어 서로를 견제하던 어천와와 해리슨이 시비가 붙었다. 패스를 받기 위해 달려드는 해리슨과, 양 팔을 이용해 이를 저지하려던 어천와의 움직임이 서로 거칠어졌고 결국 넘어지면서 싸움이 붙었다.
그 장면만 놓고 보면 어천와의 수비가 지나쳤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어천와의 입장은 또 다르다. 이보다 앞서 해리슨이 김정은을 수비하면서 팔꿈치를 사용한 것이 먼저라는 설명이다. 한 마디로 경기 내내 이어진 양 팀 선수단의 신경전이 어천와와 해리슨의 몸 싸움으로 번진 셈이다.
이날 경기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두 팀의 경기에서도 김정은의 팔꿈치 사용과 관련해서 하나은행 벤치의 불만이 있었다. 당시 이환우 감독은 파울콜에 대한 아쉬움과 이를 제대로 어필하지 않는 선수단을 향한 질책을 했었다.
그래서 하나은행은 이날 경기가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1,2라운드 모두 패했던 상대인 우리은행을 다시 만난데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몸 싸움까지 펼쳐지니 신경전이 뜨거운 것은 당연했다. 특히 몸 싸움 장면에서, 파울콜이 나와야 하는 상황인데도 잘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은 시즌 개막 후 여자농구리그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선수들도 "파울콜이 예전에 비해 훨씬 안들린다"며 실감하는 중이다. 이런 부분도 선수들의 감정 싸움으로 연결되는 요소다.
더군다나 해리슨은 올해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힌 기대주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이날도 25분을 뛰면서 7득점에 그쳤다. 충분히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상대의 견제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원인이 될만 하다.
결국 여러 요소들이 쌓이고 쌓이다 터진 몸싸움이지만, 하나은행 이환우 감독은 먼저 팬들에 대한 사과를 했다. 이 감독 역시 몸 싸움이 과격한 상황에서도 심판콜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몸싸움은 지양해야 한다. 선수들도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사과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고 정리하겠다.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셨는데 눈쌀을 찌푸리게 만든 것은 감독으로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