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만 놓고 보면 북한이 2~3골차로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10일 일본 현지 언론들이 2017년 동아시안컵 북한전 소식을 전하며 붙인 분석이다. '수비와 뻥축구'로 일관하던 북한이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빌드업과 중원 키플레이어를 활용한 좌우 측면 침투, 능수능란하게 경기를 조율하는 모습은 현대 축구의 추세와 다름이 없었다. 특유의 '정신력'이 가미된 북한 축구는 기대 이상이었다.
신태용호가 12일 오후 4시30분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북한과 대회 2차전을 치른다. 부담감은 신태용호의 몫이다. '사실상 2군'을 앞세운 중국과 2대2로 비기면서 고개를 떨궜다. 북한전에서 승리를 얻지 못한다면 '대회 첫 2연패'의 꿈은 물거품이 된다.
▶패스 마스터 박성철을 막아라
북한 공격의 키는 박성철(리명수)이 쥐고 있다. 일본전에서 리영직(사누키)과 함께 더블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의 한 축을 이뤘던 박성철은 포백 라인을 지원하는 수비 임무를 활발히 수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공격에서 그의 기량은 더 빛났다. 능수능란하게 선수들의 간격과 위치를 조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으로의 순간 침투 역시 정확하게 포착해 패스로 연결하는 등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줬다. 중앙, 측면을 변칙적으로 공략하는 그의 패스에 일본 수비진은 애를 먹는 모습을 드러냈다. 박성철은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키커로 등장하면서 킥력을 과시했다. 역할과 활약상 모두 '북한판 기성용'이라고 부를 만했다.
정일관(루체른)은 유럽 진출 뒤 한층 성숙한 기량을 뽐내며 발전된 모습을 드러냈다. 측면에서의 침투 뿐만 아니라 중앙에서 웅크리고 있는 일본 수비진을 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중거리포를 시도하는 모습은 충분히 경계할 만했다. 일본전 원톱으로 나선 김유성(4.25) 역시 언제든 득점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다.
▶측면, 또 흔들려선 안된다
중국전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측면 수비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느냐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 감독의 간택을 받은 '전북 듀오' 최철순 김진수는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을 지원했으나 측면 수비에서 센터백과의 호흡이나 압박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신 감독은 후반전 최철순 대신 고요한(FC서울)을 출전시키며 변화를 택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점 역시 아쉬움을 주는 부분이다.
돌파구는 '협력수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측면과 중앙의 연계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부분을 보완하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중국전에서 활발하게 수비에 가담했던 정우영(충칭 리판)처럼 볼란치의 활동량을 넓히며 측면 빈 자리를 커버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라인을 뒤로 내린 뒤 빠른 측면 역습으로 기회를 만들어내는 북한의 특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측면을 강화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 여전히 조직력이 미완성이라는 점이 우려스럽지만 중국전 무승부 효과가 집중력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세트피스, 이젠 보여줘야 할 때다
북한전 흐름 자체는 신태용호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볼 점유율이나 운영 면에서는 여전히 북한에 비해 앞선다는 평가다. 다만 보다 적극적인 패스를 바탕으로 활로를 만들어가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북한은 일본전과 비슷한 구성 및 운영법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밀집수비로 중원을 단단히 다지며 버틴 뒤 후반 중반 이후 승부를 거는 방식이다. 이런 북한을 흔들기 위해선 코너킥, 프리킥 등 손쉽게 득점으로 연결될 만한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은 울산 소집훈련 기간부터 다양한 세트피스 조합을 실험하면서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현재 신태용호의 세트피스 완성도가 100%라고 보긴 어려운 상황. 결국 '스페셜리스트'들의 개인기량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중국전에서는 이렇다할 장면을 만들어내기 어려웠으나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 반대의 효과도 얻은 만큼 세트피스를 활용한 공격에 좀 더 기대를 걸 만하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