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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종영 '블랙', '잘생김' 넘은 송승헌의 인생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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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송승헌이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바로 OCN '블랙'의 블랙이다. 송승헌은 1995년 의류 브랜드 스톰의 모델로 데뷔한 뒤 MBC '남자셋 여자셋'을 통해 이의정과 커플 호흡을 맞추며 주목받았다. 그리고 KBS2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와의 멜로 호흡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일명 '송충이 눈썹'으로 대변되는 잘생긴 이미지 때문인지 유독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약했던 게 사실이다. 이후로도 송승헌은 꾸준히 영화 '인간중독'의 노출 연기나 SBS '사임당, 빛의 일기'의 사극 연기 등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긴 했지만 작품 자체가 크게 흥행하지 못했던 탓에 연기력에 대한 재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그가 '블랙'으로 다시 태어났다. '블랙'은 죽음을 지키는 저승사자와 죽음을 보는 여자가 천계의 룰을 어기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생사예측 미스터리 드라마다. 송승헌은 극중 저승사자 블랙 역을 맡았다. 이 캐릭터를 통해 송승헌은 그야말로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 향연을 보여줬다. 극 초반에는 바바리맨 쩍벌남과 같은 코믹 연기를 선보이더니 중반부에는 고아라와의 달콤쌉싸름한 러브라인으로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순진무구한 형사 한무강과 감정 공감 능력 제로에 수렴하는 저승사자 444를 오가는 연기스펙트럼에도 주목할 만 했다. 그리고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면서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고통받는 감정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 9일 방송된 '블랙' 17회에서는 송승헌의 22년차 연기 내공이 오롯이 터져나왔다. 이날 방송에서는 블랙이 험악한 진실과 마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블랙은 자신이 바로 김준이라는 걸 자각한다. 20년 전 무진 사건 당시 강하람은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저승사자를 떼어내려고 총을 쐈다. 그러나 총을 맞은 건 김준이었고, 김준은 생사불명 상태로 한무강의 어머니 박지수(지수원)에게 발견됐다. 박지수는 김준과 아들의 혈액형이 일치한다는 걸 떠올리고, 이복형인 김준의 심장을 한무강에게 이식했다. 그리고 김준의 시신은 유기했다. 떠돌던 김준의 영혼은 저승사자 007이 거두면서 김준이 저승사자 444가 된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의 무게에 분노와 회한을 쏟아내는 송승헌의 연기는 실감났다. 박지수와 김준의 어머니를 찾아가 오열하고 강하람의 진실에 충격받은 모습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압도적인 눈빛 연기로 풀어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이처럼 송승헌은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 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난해하고 복잡한 '블랙'의 스토리를 묵직한 연기로 힘있게 이끌고 가며 고정 시청률 3%대를 지켜냈고, 2회 연장까지 성사시켰다. 그야말로 블랙은 송승헌의, 송승헌에 의한, 송승헌을 위한 캐릭터였던 셈이다.

'블랙'은 10일 종영한다. 비록 강하람이 김준을 죽인 범인으로 보여지긴 했지만, '일지매' '신의 선물-14일' 등을 집필했던 최란 작가의 전적을 볼 때 쉽사리 진범을 추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송승헌의 하드캐리에 힘입어 마지막까지 '블랙'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