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2, 패배나 다름 없는 결과물이다.
마르셀로 리피 중국 대표팀 감독은 예고대로 실험에 나섰다. 위다바오와 정정, 우시, 자오쑤리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선수들이 A매치 10회 미만의 출전 경험을 가진 선수들이 선발로 나섰다. 이날 A매치에 데뷔하는 선수도 3명이나 됐다. 선발 라인업에 선 11명의 선수 평균나이는 24.8세(한국 27.7세)로 한국보다 약 3살 어린 구성이었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도 주세종(FC서울) 김신욱(전북 현대) 등 그동안 백업 내지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을 내세우기는 했으나 무게감은 중국에 비해 훨씬 앞섰다.
측면 수비는 대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신 감독은 이날 11월 A매치 2연전에 이어 다시 포백(4-Back)라인을 가동했다. 김진수 최철순(이상 전북 현대)이 좌우를 책임지고 권경원(톈진 취안젠) 장현수(FC도쿄)가 중앙을 책임졌다. 전반 9분 실점은 방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상대 크로스에 이은 슈팅 상황에서 별다른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역전에 성공한 뒤 한국이 흐름을 주도하면서 나아지는가 싶었지만, 이날 내내 측면을 공략한 중국의 공세에 수 차례 위험한 장면을 노출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후반 31분 또다시 크로스를 내주며 위다바오에게 동점골을 얻어 맞았다.
신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에 나서면서 수비진은 사실상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변화보다는 조직력 강화를 통해 수비진을 다지겠다는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중국전에서 드러난 측면수비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사실상 2군'으로 나온 중국을 상대로 내준 2실점의 아픔이 너무 크다. 중국보다 몇 수 위인 스웨덴, 멕시코, 독일을 상대해야할 수비진의 활약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었다.
공격진은 그나마 위안을 줄 만했다. 신 감독은 이날 김신욱(전북 현대)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 이명주(FC서울)를 배치했다. 타깃맨인 김신욱의 제공권과 움직임을 활용해 2선에서 이명주의 침투를 좀 더 용이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왼쪽에는 크로스가 좋은 염기훈(수원 삼성), 오른쪽에는 활동량과 패스가 좋은 이재성(전북 현대)을 세웠다.
가장 돋보인 것은 이재성이었다. 전반 12분 볼이 아웃되는 흐름에서도 발을 뻗어 김신욱에게 연결한 집념의 패스나, 전반 19분 침착하게 때린 왼발골 모두 K리그 클래식 MVP(최우수선수) 다운 활약상이었다. 수비 상황에서도 적극적이었다. 측면 돌파를 앞세운 중국 공격진과의 경합에서 노련하게 볼을 빼냈다. 폭넓은 활동량 뿐만 아니라 발재간에 기반한 콤비네이션까지 나무랄 데가 없는 활약을 펼쳤다. 이재성과 함께 1골-1도움을 합작한 김신욱 역시 동점과 역전에 기여했고, A대표팀에서 3년 10개월여 만에 골맛을 보는 기쁨도 누렸다. 다만 울산 소집 훈련 당시 맹활약했던 이명주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신태용호는 지난달 27일부터 중국전까지 동아시아 제패를 목표로 출항한 지 2주가 됐다. 팀 컨디션 사이클상 체력적, 정신적으로 피로가 가장 심할 시기다. 하지만 무승부의 핑계는 될 수 없다. 남은 북한, 일본전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