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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윤현민 "아동 성폭행 장면 힘들어, 5kg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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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윤현민에게 있어 KBS2 월화극 '마녀의 법정'은 일종의 도전이었다.

"날카로운 외모 때문인지 야구선수 출신이라는 경력 때문인지 장르물이 많이 들어왔다. 로맨스 코미디가 하고싶어서 그쪽으로 대본을 보고 있었는데 '마녀의 법정' 대본을 보고 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드라마를 안하면 바보라고 생각했다"고 했지만, 사실 '마녀의 법정'의 여진욱과 '터널'의 김선재는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은 정의파인 경·검찰로 공통점이 많았기 때문에 세부 디테일에 신경써야 했다.

"'터널'과 맥락이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터널'은 그래도 날이 선 날카로운 인물이었고 이번 작품은 그래도 좀더 부드럽고 고민해서 행동하는 인물이다 보니까 그 부분에 디테일을 살리려 했다. 그동안 남성적인 역할을 많이 했었고 그전에는 '연애의 발견'이나 '마녀의 연애'처럼 통통 튀는 역할을 했었다. 이번 진욱이 역할이 실제 내 모습과 좀 근접한 지점이 있었다. 실제 모습을 활용할 게 있어서 캐릭터를 만드는데 좀 수월한 부분이 있었다. 평상시 말투로 연기를 해도 무방한 캐릭터인 것 같아서 좀 편했다. 행동도 실제 빠릿한 성격이 아니라서 조금 수월했던 부분이 있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아동 성폭행 사건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여진욱이 의사 시절 자신이 상담했던 성폭행 피해 아동이 2차 피해 대상이 되자 폭주하는 장면에서 심한 심적 고통을 느꼈다고. 이 때문에 윤현민은 드라마 촬영 중 진행된 현장공개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진욱이가 의사에서 검사가 된 이유를 표현하는, 진욱이의 회차였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실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상처를 다시 상기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정말 진심을 담아 연기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정말 가장 힘들었지만 이 드라마의 방향성을 찾은 회차이기도 했다. 너무 힘들어서 감독님께 고민을 털어놨는데 감독님도 눈물을 쏟으시더라. 감독님도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 장면을 풀어내기 힘들었고, 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힘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매회 피해자의 입장에서 같이 가슴 아파하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게 우리 드라마의 방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실제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라는 게 힘들었다. 그 감정에 울컥해서 화가 났고 눈물도 났다. 이 드라마가 끝나고 전에는 마음이 무거워서 보지 않았던 아동 혹은 여성 범죄 기사도 보고 왜 가해자가 이것밖에 처벌받지 않는지 생각도 해보게 됐다. 이 드라마를 통해 인간 윤현민도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촬영이 워낙 힘들었던 만큼, 자동 다이어트(?)도 됐다.

"드라마 중간에 한번 소고기가 지나가더라. 끝나고 토요일에 소고기집 갔다. 한 작품을 하면 5kg 정도 빠지는 것 같다. 작품 들어가기 전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있고 촬영하는 동안에는 정신이 없으니까 많이 빠진다."

어쨌든 이번 작품을 통해 윤현민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연기 호평을 받아냈다.

"연기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니까 기분이 날아갈 듯 좋다. 벅찬 감동이 있었다. 작가님이 캐릭터를 너무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작가님과 감독님께 공을 돌리고 싶다. 끝나고도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다. 사실 청룡영화제 진선규 선배 수상 소감을 촬영 중에 봤다.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몇 년 동안 일을 쉬지 않고 했고 그에 대한 장점이 있었다.단 하나 두려웠던 건 익숙함이었다. 일을 쉬지 않고 하다 보니까 혹시 익숙하게 연기하게 될 수 있으니 조심했다. 그러던 찰나 진선규 선배님이 눈물 흘리시는 걸 보고 그분의 과정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토요일 일요일에 원래 선물받은 책을 읽으려고 하다가 예전에 공부했던 이론 책을 다시 꺼내서 보기 시작했다. 그걸 읽으면서 다시 상기시키고 공부하고 있다."

드라마가 끝난 뒤 시청자는 '마녀의 법정' 윤현민의 연말 연기대상 수상을 응원했다.

"상 주시면 너무 감사한데 기대는 안하고 있다. 사실 신인상은 예전에 노미네이트 된 적이 있고 우수상은 내가 아직은 그럴 만한 연기가 안된 것 같다. 대신 (정려원) 누나가 좋은 결과 있으면 내가 통쾌할 것 같다. 여가부 식구들과 단상에 선 누나를 향해 뜨겁게 박수쳐주고 싶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JS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