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종목의 객단가는 해외와 비교해 현저하게 낮다. 그래도 한 경기에 최소 5000원, 최대 3~4만원의 돈을 주고 프로경기를 보는 팬이 많아진다는 건 그 종목이 재미있다는 증거다. 그만큼 종목과 지역 연고 구단의 고정 팬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료관중율, 프로종목의 인기 척도다.
그래서 V리그 남자부 유료관중율을 살펴봤다. 한 팀의 독주가 도드라진다. 프로배구 리딩 클럽 현대캐피탈이다. 충성 팬이 가장 많은 팀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을 기준으로 2017~2018시즌 5차례 홈 경기에서 총 1만4884명이 들어찼는데 이 중 유료관중은 1만4006명에 달했다. 무려 93.9%의 관중들이 돈을 내고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을 응원했다.
현대캐피탈 다음은 KB손해보험이었다. 올 시즌 구미에서 의정부로 연고지를 옮겼음에도 총 1만4799명 중 유료관중이 1만398명(70.26%)이나 됐다. 그 뒤를 OK저축은행(66.5%)→삼성화재(65.4%)→대한항공(60.8%)→우리카드(56.88%)가 이었다. 삼성화재의 추이가 흥미롭다. 2015~2016시즌 43%에 그쳤던 유료관중율이 지난 시즌 53.9%로 올랐고 이번 시즌 65%를 넘어섰다. 특히 1995년 창단 최초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지난 시즌, 유료관중이 증가한 것은 마케팅 파워로 평가된다.
V리그에서 유일하게 유료관중보다 무료관중이 많은 팀은 한국전력이었다. 이번 시즌 총 5경기에서 수원체육관을 찾은 9896명 중 유료관중이 4751명(48%)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전력의 지난 세 시즌 유료관중율을 들여다보면 39%→47%→55%로 증가 추세다. 특히 초·중·고생의 온라인 예매가 348%나 증가했다.
고무적인 건 V리그 팀들이 다양한 서비스로 유료관중을 늘려나가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트라이아웃으로 인해 경기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경기력은 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궤도에 올라왔다. 때문에 구단들은 자연스럽게 팬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캐피탈은 프로배구 최초로 누워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좌석을 만들었고 마스코트 몰리와 배구공 모양의 호두과자 생산, 머천다이징 상품 개발, 수유실과 파우더룸 설치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다각도의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라이벌 삼성화재도 남다른 시각으로 팬들의 발길을 충무체육관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일반 팬 뿐만 아니라 프로구단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관람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스킨십을 통해 유료관중율을 향상시키고 있다. 인천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스쿨어택 학교 홍보', 지하철과 인구 밀집 지역에서 펼치는 '게릴라 홍보' 등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유료관중율 1위 구단과 나머지 구단의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이 격차를 줄여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유료관중율 향상을 위해 열심히 뛰는 구단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A구단에선 무료관중으로 집계되는 초청표가 남발되면 오히려 B구단이 피해를 보게 된다. 소위 "배구를 돈 주고 보는 사람은 바보"라는 잘못된 인식이 다른 팬들에게 전파될 수 있다. 남자부 7개 구단의 평균 유료관중율이 동반 상승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단들도 동력을 잃어선 안된다. 어차피 만원 관중을 채워봐야 구단 운영에서 흑자를 볼 수 없는 것이 한국 프로스포츠계의 슬픈 현실이다. 그러나 경기장에 단 한 명이 찾아오더라도 최고의 서비스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배구단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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