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 가족.'
이 말처럼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를 잘 표현한 말도 드물다. 두 팀은 서울을 연고지로 한 라이벌이자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함께 쓰는 팀이다.
잠실야구장 중앙출입구로 들어오면 왼쪽인 3루측에 LG 구단 사무실과 클럽하우스가 있고, 오른쪽 1루측에는 두산 구단 사무실과 클럽하우스가 자리하고 있다.
MBC 청룡과 OB 베어스 시절부터 두 팀은 1,3루쪽 공간을 나눠 사용했는데, 장단점이 있다. 두산은 1루측이라 홈경기 때 더그아웃과 가깝다는 이점이 있고 LG는 더 넓게 사무실과 클럽하우스를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LG 선수들은 홈경기 때 1루 더그아웃에서 두산 사무실 앞을 지나 클럽하우스로 들어가야하는 것이 불편하다. 때문에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가는 일이 더 많다. 그렇다고 LG도 불편한 점이 있다. 3루쪽은 서쪽을 바라보고 있어 오후 늦게까지 해가 눈부실 정도로 들이친다. 반면 두산은 구내식당이 1루 쪽에 있어 사무실과 클럽하우스 공간이 좁다. 이로 인해 양팀은 '남의 떡이 더 크다'고 서로를 부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팀이 함께 구장을 사용하다보니 주수입원 중 하나인 광고도 조율할 필요가 있다. 양측 더그아웃 벽면에 홈팀이 바뀔 때마다 광고판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외야석 위쪽 광고판도 LG가 홈경기일 때는 LG 계열사 광고가 주로 붙지만 두산이 홈 경기일 때는 여러 업체의 광고가 소개된다. 두산은 관중들에게 직접 어필해야하는 소비재 계열사가 없어 두산 계열사와 외부업체 광고를 함께 부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라 한 팀의 홈 3연전이 끝나면 잠실야구장의 관리요원들은 광고판을 떼어내고 다음 홈팀 광고를 설치해야 한다. 아울러 영구결번도 뗐다 붙였다 해야한다.
가장 특이한 것은 두산과 LG가 맞붙는 경우다. 두 팀은 한 시즌에 16번 맞대결을 펼친다. 이중 8번은 LG의 홈 경기이고 나머지 8번은 두산의 홈 경기다. 두산의 홈경기일 때는 각자 클럽하우스 앞의 덕아웃을 쓰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LG의 홈 경기일 때는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 불편한 상태에서 서로의 클럽하우스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불문율이 생겼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양팀이 맞붙을 때는 승리팀이 덕아웃에서 짐을 챙긴 후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클럽하우스로 들어가고 패한팀은 더그아웃 뒤 상대팀 사무실 앞 복도를 거쳐 클럽하우스로 가기로 무언의 약속이 돼 있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승리팀 관중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승리를 만끽하며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는 선수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누가 잠실의 주인인지를 놓고 설전이 자주 벌어진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봐도 주인을 따지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리고 정작 양팀 선수들이나 프런트들은 자주 마주치기 때문에 친분이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라이벌'답게 긴장감 가득한 경쟁의식은 내려놓지 않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