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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회장 고사하는 선수협, 존재 의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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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도 뽑지 못하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어떤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인가.

선수협은 5일 인천에서 총회를 열었다. 정상적이라면 이날 공석이던 회장 자리에 앉을 선수를 뽑아야 했다. 선수협은 올해 초 팬사인회 등을 빌미로 메리트 파문을 일으켜 자진사퇴한 이호준 회장 사퇴 후 수장 없이 운영이 돼왔다. 갑작스러운 이 회장의 사퇴 후 공백이 있었던 건 이해하지만, 정기 총회를 거쳐서도 내년 회장을 뽑지 못했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 선수협은 내년 10개구단 이사를 선정해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 명목상으로는 어차피 10개구단 합의를 거쳐야하는 것, 이사회를 통한 운영도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결국 회장을 할 선수가 없어서 만들어낸 고육지책일 뿐이다.

지난해 이호준 회장이 자진사퇴한 후 후보로 꼽혔던 선수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다. 선수협 회장이라면 야구 실력도 좋고, 명성도 있고, 후배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돼야했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적임자로 손꼽혔지만 선수 본인이 고사했다. 이후 몇몇 고참급 선수들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모두 손을 내저었다. 당시 후보로 추천받았던 한 선수는 "솔직히 선수협 회장이라는 명예로운 자리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이호준 회장의 불명예 사퇴로 야구게 안팎에서 선수협에 대한 시선이 싸늘해진 가운데, 그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건 너무 큰 부담이라는 뜻이었다.

시간이 흘렀어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다. 선수협 회장은 이제 명예로운 자리가 아니라, 심하게 얘기하면 '욕받이' 자리밖에 안된다. 선수협은 선수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안그래도 선수들의 몸값 거품 논란이 일어나는 요즘 시대 선수들이 이익 만을 대변하는 자리에 나섰다가는 십자포화를 맞기 일쑤다.

이를 더 연결시켜 보면, 선수협 활동이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일부 스타급 선수들이 받는 대우만 하늘을 찌르는 가운데, 점점 더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과연 스타급 선수들이 이사들로 주축이 된 선수협이 최저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처지까지 걱정하느냐에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진다. 올해 초 나온 메리트 문제도 1군에 없는 선수들은 전혀 해당이 안되는, 1군에 있는 그리고 사인회에 나갈 수 있는 주축 선수들이 푼돈 몇 푼을 못받는다고 불평불만을 하다 생긴 사례였다. 회장직을 맡을 선수가 없다는 것, 선수들도 선수협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선수협은 회장을 선뜻 맡으려 하는 선수가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선수협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내년 1년 회복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제 선수협은 낭떠러지에 밀렸다. 다시 한 번 선수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 아니라, 일부 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 때는 야구계 모든 사람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