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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뼘 자란 유상철 전남 감독 "실패가 두려워 피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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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신임 전남 감독은 한국 축구 최고의 별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두번의 월드컵에서 골을 기록한 단 4명(황선홍, 안정환, 박지성) 중 한명이다. K리그에서도 득점왕을 거머쥐는 등 숱한 영광을 누렸고, 원하던 유럽은 아니었지만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선수생활이었다.

하지만 지도자 변신 후에는 달랐다. K리그 혹은 대표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다른 스타 동료들과는 달리 늘 한발자국씩 뒤쳐졌다. 2009년 춘천기계공고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유 감독은 '시민구단' 대전에서 처음 K리그를 경험했다. 하지만 아픔이었다. 잔류라는 목표에 성공했지만 구단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1년 간 야인생활을 보낸 유 감독은 2014년 울산대 감독직에 올랐다. 울산대서 팀을 4차례 결승에 올리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유 감독은 꾸준히 K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좀처럼 마무리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현역 라이벌, 혹은 그의 아래 있던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는 사이, 유 감독은 울산대서 4년을 보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이 기간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것을 배웠다. 고등학교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유소년 육성에 대한 노하우를 배웠다. 대전 감독을 하면서 프로의 맛을 알았고, 대학 감독을 하면서 어떻게 이들이 프로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그 사이 P라이선스를 공부하며 디테일한 지도법 뿐만 아니라, 구단, 팬, 미디어를 대하는 방법까지 알게 됐다.

마침내 돌고돌아 K리그에 복귀했다. 유 감독은 4일 전남 감독에 선임됐다.<스포츠조선 4일자 단독보도> 그간 쌓인 경험의 크기만큼이나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감회가 새롭다'는 말이 가장 정확한 것 같다"고 입을 연 유 감독은 "대전에 처음 부임했을 때를 떠올리면 '잘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던 것 같다. 경험은 없는데 스스로 부담감을 더하니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아직 내가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거나,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준에 오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지도자로 하고자 하는 것들은 확고해졌다"고 했다.

그가 만들고 싶은 새로운 전남의 키워드는 '스피드'다. 유 감독은 "볼을 갖고 빨리가는 속도가 아니라 공을 이동시키는 속도가 빠른 축구를 하고 싶다. 울산대에서 그런 축구를 펼쳤고,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물론 원하는 축구가 되지 않더라도 과거처럼 좌절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유 감독은 "전남에 오기 전까지 감독으로 배운 것이 있다. 누구나 완벽해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대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게 안된다고 연연하지 않고, 또 다른 대안을 찾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단 가장 먼저 수비부터 손을 댈 생각이다. 전남은 지난 시즌 공격력은 리그 정상급이었지만, 수비는 최악이었다. 유 감독은 "뒷문이 튼튼해야 최소한 지지 않을 수 있다. 중앙 수비를 찾아봐야 하는데 지금 예산으로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선수들을 발굴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조직적인 부분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이 변화의 중심은 '유상철'이 아니다. 함께 전남의 변화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유 감독은 "코치부터 나한테 조언을 할 수 있는 지도자로 찾고 있다. 프런트와 팬들도 함께 만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다시 출발선에 섰다. 그간의 경험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유 감독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실패가 두려워서 피하지 않겠다. 그간 배운 것을 다 풀어내 보겠다. 모자라면 또 배우고."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