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날 오전 게재된 평창올림픽 군 의료인력의 열악한 처우<스포츠조선 11월30일 단독보도>에 관한 보도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본지는 평창올림픽에 지원될 군 의료인력(군의관, 간호사)의 파견조건이 1일 2끼, 일당 1만 원이란 점을 들어 지나치게 열악한 처우라 보도했다. 이로 인해 발생될, 또 이미 벌어진 문제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조직위가 전화를 걸어 해명한 부분은 이번 논란의 핵심인 군 의료인력의 처우, 그 중에서도 파견수당 액수였다. 일당 1만 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진작 월 50만 원으로 인상이 됐다고 한다.
과정이 다소 석연치 않았다. 전화를 걸어온 조직위 관계자는, 취재 과정에서 본지가 사실 확인차 접촉했던 인사다. 이 관계자는 당시 "1일 2끼-일당 1만 원이라는 조건은 아무리 군인이라 해도 열악한 조건이 맞다"며 "'경제올림픽'의 일환으로 현재 모든 대회 준비 관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 상황"이라고 불가피성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뒤 뒤늦게 일당의 액수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어쨌든 이 관계자에 따르면 조직위는 11월 14일 군 의료인력의 파견수당을 일당 1만 원에서 월 50만 원으로 올린다는 공문을 국방부 병영정책실(이하 병영정책실)로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왜 파견될 군 의료인력들은 11월 말까지도 이러한 인상 사실을 전혀 몰랐을까. 조직위 관계자는 "우리가 그것까지 알 순 없다"고 해명했다.
곧바로 병영정책실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병영정책실 관계자는 "11월 14일에 조직위로부터 관련 공문이 온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확정안이 아니었다. '차후 전체회의를 통해 확정안을 전달할 것'이라는 내용의 참고 목적의 공문이었다. 그래서 그렇게(월 50만 원 인상) 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알고 일선 기관에는 하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확정안을 줄지 공문에 명기돼있지 않아 다시 조직위에 연락해보니 '12월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파견수당 인상 확정안'이었다는 조직위와 확정이 안된 참고 공문이었다는 병영정책실. 서로 말이 다르다.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운영인력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위 인력총괄팀 관계자에게 물었다. 이 관계자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전체 인력 규모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지, 파견수당 월 50만 원 인상은 확정이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오해로 인해 공문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선뜻 이해 되지 않는 대목이다.
또 한 가지, 조직위 인력총괄팀 관계자는 이미 10월 말 군 의료인력 파견수당이 월 50만 원으로 결정됐다고 했지만, 11월 3일 공시된 군 의료인력 파견 요청 공문엔 일당 1만 원이라 표기돼 있었다. 이에 대해서도 조직위 관계자는 "일당 1만원, 월 50~60만 원 안이 있었는데 10월 말에 월 50만 원으로 확정한 게 맞다"고만 했을 뿐이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공문을 직접 확인하려 했으나, 비 공개문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조직위 산하 부서 간 정보 공유도 미흡했다. 언론을 대하는 보도지원팀은 물론, 군 의료인력을 직접 관리하는 진료지원팀조차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파견수당 인상이 확정된 지 1개월이 지났지만 그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는 얘기다. 인력총괄팀 관계자는 "모두가 동등한 정보를 갖고 일하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적인 조건상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평창올림픽은 전 세계인을 우리 안방으로 초대하는 잔치이자 세계 최대의 동계스포츠 이벤트다. 삼수 끝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동안 한국이 내세웠던 무기 중 하나는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등 풍부한 국제대회 유치 경험이었다. 많이 해봤으니 업무체계에 빈 틈이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개막(2018년 2월 9일)을 코 앞에 둔 현재 일선 현장의 업무체계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고작 32명의 군의관, 35명의 간호사의 파견수당 인상안 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게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이로 인한 군 병원 현장의 혼란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에 투입될 전체 군 인력만 3400여명이다. 다른 지원분야까지 합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의 인력을 조직위는 통제, 운영해야 한다.
'하인리히의 법칙'이란 게 있다. 1대 29대 300 법칙이라고도 한다. 산업재해로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이다.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수 많은 경미한 사고 및 징후가 반드시 앞서 존재한다는 의미다.
군 의료인력의 처우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조직위의 허술한 업무체계. 지금은 '300' 정도에 해당하는 문제를 유발했다. 올림픽이 코 앞이다. 서둘러 당장 바로잡지 못하면 대회 기간 중 언제든 '1'이 터질 수 있다. '1'은 바로 대형 사고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