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겨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어느때보다 추운 겨울이 예상된다. 구단들이 속속 지갑을 닫으면서, 남은 FA(자유계약선수) 선수들의 거취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28일 외야수 민병헌과 4년 총액 80억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대어급 선수들의 행선지가 거의 정해졌다. 이제 남은 선수들 가운데 큰 관심을 받는 선수는 좌완 투수 양현종이나 국내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외야수 김현수 정도다. 두 사람은 도장을 찍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나머지 선수들이다. 아직 10명이 훌쩍 넘는 선수들이 시장에 남아있다. 원 소속 구단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진행이 더디다. 특히 30대 중반 이상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 보상 선수, 보상금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매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여러모로 걸림돌이 많다.
무엇보다 구단들이 대거 시장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현재 최고 큰 손인 롯데도 손아섭 잔류, 민병헌 영입으로 사실상 보유하고 있던 총알을 거의 소진한 상태다. 내부 FA 최준석, 이우민과의 협상이 남아있지만 추가 외부 영입은 없다고 봐야한다.
나머지 대부분의 구단들은 일찌감치 손을 뗐다. 우승팀인 KIA 타이거즈는 내부 단속으로도 바쁘고, 현재 추가 외부 영입 가능성이 남아있는 팀은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정도다. 그마저도 팀이 정말 필요로하는 대어급 선수가 아니면 굳이 영입전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게 현재 분위기다.
특히 모기업의 주머니 사정이 안좋은 팀이 많다보니 더더욱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않고 있다. FA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는 이유다. 강민호 손아섭 민병헌 황재균 등 대어급으로 평가받았던 선수들은 100억원에 육박하는 대형 계약을 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지금 상황대로라면 '대박'은 커녕 울며 겨자먹기로 초소형 계약을 해야할 수도 있다. 객관적인 성적으로 도출한 몸값보다 낮은 금액에 사인을 해야 매끄럽게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시장 분위기 자체가 대형 FA 선수들에만 집중되고 있다.
외부 FA 영입 생각이 없다고 일찌감치 밝힌 A 구단의 단장은 "S급, A급 선수들을 영입하자니 지나치게 몸값이 높아서 '오버페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돈에 잡는 것은 불필요하다. 반면 그 외 FA 선수들을 영입하자니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고, 여러가지 불확실한 요소들이 걸린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냥 우리 선수 잘키워서 쓰자'는 공감대가 몇몇 구단에 형성이 되는 것 같다"고 의견을 보탰다.
FA 시장이 열린지 한 달여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둥지를 찾지 못했다.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가 어느때보다 장기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