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K리그 일정의 대미를 장식해야 할 상주와 부산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논란으로 얼룩졌다.
논란의 원인은 VAR(비디오판독 시스템)에 있었다. 올해 7월 오심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돼 내년부터 확대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제도가 시즌 막판까지 논란의 중심이 됐다.
26일 상주-부산전에서는 골과 관련된 3차례 장면 모두 VAR이 적용되는 이례적인 상황 때문에 논란의 강도가 심해졌다.
인터넷 공간 축구팬 사이에서는 "VAR 제도가 없었다면 결과적으로 부산의 승리로 클래식에 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뒷북' 주장은 물론 '오프사이드가 맞다, 아니다'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특히 상주의 골이 먼저 취소됐을 때 상주시민운동장 관중석에서는 부산 아이파크가 회장사 구단이라는 이유로 "밀어주기 하느냐"는 억측이 나왔고, 논란 많았던 김성호 심판이 주심을 본 사실 때문에 논란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통해 확인한 결과 상주-부산전의 VAR을 둘러싼 논란은 '소모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현장에서 VAR을 가동할 때 함께 현황 체크를 한 연맹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3차례 상황을 짚어봤다.
첫 번째, 전반 14분 부산 이정협의 페널티킥 유도 장면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정협이 크로스를 따내려고 문전 측면으로 쇄도할 때 뒤따르던 상주 수비수 윤영선이 밀어 넘어뜨린 장면이 정확하게 포착됐다.
두 번째, 후반 16분 상주 유준수의 골 상황도 오프사이드 규정을 좀 아는 축구팬이라면 시비거리가 안된다. 김태환이 크로스 하는 순간 유준수 바로 앞에 있던 여 름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가 한발짝 뒤로 간 뒤 헤딩하려고 점프를 했고 이를 지나친 공이 유준수로 연결됐다.
오프사이드는 ①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느냐 ②플레이에 참여(involved in play)하였는가 ③플레이에 관여 또는 간섭(interfering with play)하였는가 ④오프사이드 위치에서 이득을 취하였는가에 따라 판정된다. 여 름의 플레이는 ③ 조항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부심은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깃발을 올린 상태였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부산의 운명을 가른 세 번째 상황이다. 후반 20분 호물로의 프리킥을 임유환이 헤딩을 했고 골키퍼 유상훈이 잘 막아낸 것을 박준태가 쇄도하며 밀어넣었다.
박준태의 득점 상황만 놓고 보면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세컨드볼을 향해 쇄도할 때 상주 수비수 임채민이 박준태보다 앞에 있었다. 그러나 임유환의 헤딩슛부터가 오프사이드였다. 여기서는 부심의 깃발이 올라가지 않았다. 페널티박스 앞에 10여명의 양팀 선수들이 뒤엉켜 있는 터라 육안으로 제때 포착하기 힘들었다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그래서 VAR이 선언됐고 확인한 결과 호물로의 프리킥 당시 임유환과 홍진기가 모두 오프사이드 위치였다.
연맹 관계자는 "VAR을 위해 10여개의 카메라를 곳곳에 배치하는데 오프사이드 판독용 카메라도 따로 있다. 그 카메라를 통해 정확하게 판독한 결과 간발의 차이지만 임유환이 오프사이드라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VAR 전용 카메라와 달리 방송 중계 카메라는 한정된 각도에서 보여준다. 월드컵같은 큰 경기가 아닌 이상 비용 등의 문제로 다양한 각도의 화면을 보여줄 수 없다. 축구팬들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의 화면을 놓고 논쟁을 벌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기계의 힘은 옳았다. 하지만 심판들이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한 듯 VAR에 너무 의존한 것처럼 비친 것은 옥에 티였다. 그리고 VAR 판정 상황에 대해 경기장 관중에게 설명 멘트를 해주는 서비스가 없던 것도 개선점으로 지적된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