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패딩'으로 품귀현상을 빚어 단연 화제가 된 일명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일부 고객들이 밤샘 대기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후원사인 롯데백화점이 3만장 한정으로 판매하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구스롱다운점퍼'의 인기가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22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날 판매를 재개한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고객들은 전날 오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경우 순번표 배부는 22일 오전 9시, 판매는 오전 10시 30분부터로 예고됐지만, 번호표 1번을 받은 고객은 21일 오후 7시부터 줄을 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 줄이 점차 늘어나면서 지하 매장 상가 운영 상황에 따라 새벽에 대기 위치가 변경되기도 했다.
1000번까지의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경우 오전 6시 13분에 도착한 고객이 마지막 패딩의 주인공이 됐고, 롯데배과점은 '여러분의 관심으로 평창 롱패딩 구매가 선착순으로 조기 마감됐다. 감사하다'는 게시글을 SNS에 고지하기도 했다.
이날부터 평창롱패딩 판매를 재개한 다른 지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240벌 입고 예정인 김포공항점의 경우 22일 오전 1시15분에 이미 240명 대기가 마감됐다.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은 아예 전날 밤부터 의자, 차와 커피 등을 마련해놓고 대기하는 사람들을 맞기도 했다. 영등포점에서도 새벽에 이미 구매 가능한 인원이 다 찼다.
롯데백화점은 이러한 인기몰이에 대해 우선 타 업체에서 덕다운(오리털) 패딩이 30만~40만원에 팔리는 데 비해, 평창 구스다운(거위털) 패딩의 경우 14만9000원으로 가성비가 좋은데다,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마케팅이 주효한 점, 그리고 이달 초 스타들이 해당 패딩을 입은 모습이 SNS에서 화제가 되며 평창 롱패딩의 흥행을 이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평창 롱패딩이지만, 이번에 대기한 고객들 중 상당수는 50~60대였다"면서, "자녀들에게 소장 가치 있는 제품을 사주려는 어르신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평창 롱패딩은 '통큰 치킨' 이후 롯데의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게 됐다"면서 "평창 롱패딩에 롯데 브랜드를 붙이지 않고 판매하는 등, 이윤·이익보다 평창올림픽 홍보도우미로의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평창 롱패딩은 잠실점 에비뉴엘, 영등포점, 김포공항점, 평촌점 등에서 판매됐는데, 3만장 중 남은 7000장 중 약 3000장이 이날 풀렸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4일에는 부산본점과 광복점, 대구점, 대전점, 창원점, 울산점, 광주점 등 7개 백화점 점포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동부산점, 롯데아울렛 수완점 등 3개 아울렛 점포에서 각각 판매된다. 오는 30일에는 잠실점 에비뉴엘에서 한 번 더 구입 가능하다.
중고거래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평창 롱패딩 중고거래가가 이미 20만원을 넘은 가운데 대기번호를 5만원에 구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에 추가 물량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당초 스포츠브랜드 최대 물량안 3만장을 준비하는 데에도 수급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추가 물량 확보는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롱패딩이 올겨울 최대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30만원대 이상에 형성돼 있는 등 비싸고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으로 인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0만∼50만원짜리 롱패딩을 유행에 따라 샀지만 몇년 후 유행이 지나 입지 못하면 결국 과소비가 아니냐는 것이다.
업체들이 유행에 편승해 우후죽순으로 비슷한 디자인의 롱 패딩을 생산하면서 경쟁이 격화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롱패딩을 출시한 업체는 수십 곳에 달하고,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 외에도 일반 패션브랜드,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골프브랜드 등 대다수 업체가 모두 뛰어들었다. 대부분 업체는 지난해보다 롱패딩 생산 규모도 몇 배로 늘린 상태다. 그러나 셔츠나 바지처럼 소비자들이 여러 벌을 구매하지 않는 외투의 특성상 재고가 내년 역시즌 때 대폭 할인된 가격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때 청소년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헤비다운이 업체 간 과열 경쟁으로 인기가 급격히 하락한 사례도 있다. 이로 인한 재고 처리는 모두 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가 업체들은 남아도는 헤비다운 제품들을 큰 폭으로 할인 판매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패션업계에서는 불황 때문에 유행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가 올라가고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면, 인기가 식은 후 판매율 추락과 재고 처리 부담이 업체들에 돌아가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