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라간다." (부산 아이파크)
"또 못내려간다." (상주 상무)
22일 오후 7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부산과 상주의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은 챌린지-클래식 자존심 대결이다. 두 팀은 2015년 시즌이 끝날 때 운명이 바뀌었다.
상주가 챌린지리그 1위를 하면서 클래식으로 직행한 사이 부산은 클래식 11위로 수원FC와의 승강PO에서 패하는 바람에 기업구단 최초로 강등됐다.
2016년 시즌 부산은 준PO에서 강원에 밀려 챌린지에 또 남은 반면 상주는 창단 최초로 상위그룹에 드는 대업을 달성했다. 공교롭게도 상주의 대업을 이끌었던 이가 고 조진호 감독이다. 고인은 상주에서의 지도력을 인정받아 올시즌 부산으로 영입돼 리그 2위에 올려놓고 비운의 생을 마감했다.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승승장구한 부산은 "(클래식으로) 다시 올라간다"고 잔뜩 벼르고 있고, 궁지에 몰린 상주는 "어떻게 지켜낸 클래식인데 또 다시 내려갈 수는 없다"고 버티는 형국이다.
▶부산의 군·경팀 도장깨기?
부산은 올해 FA컵에서 얻은 별칭이 '클래식 킬러'였다. 포항, FC서울, 수원 등 클래식 전통의 명문팀을 차례로 꺾으며 결승에 진출하는 작은 이변을 일으켜왔다. 이번에 '군·경팀 킬러'에 도전한다. 경찰팀 아산 무궁화와의 챌린지 PO에서 3대0 대승을 거둔 데 이어 이번에는 '군인정신'까지 무력화시킬 태세다. 지난 몇 년간 속한 리그가 서로 달라 맞대결 전적은 의미가 없지만 최근 행보에서 부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부산은 최근 4경기 무패(3승1무)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반면 상주는 최근 8경기 무승(4무4패)으로 승강 PO까지 내려앉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분위기부터 대조적이다. 부산은 조진호 감독이 떠난 이후 내부결속이 한층 단단해졌고, 영전에 선물을 바치겠다는 목표의식이 뚜렷해졌다. 상주는 정반대다. 하반기 제대자들이 대거 이탈한 가운데 시즌 중 신규 입대자를 받지 않기로 하면서 전력이 급속도로 불안정해졌다. 남은 자들끼리 근근이 버텨야 하니 체력은 배로 떨어지고 의욕도 흐릿해졌다.
부산은 아산과의 PO에서 야스다, 임유환 홍진기 김문환의 새로운 포백 라인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체력 안배와 함께 탄탄한 선수층까지 확보했다. 팀의 핵심이던 임상협의 부상 결장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정도다. 상주는 얇아진 선수층이 여전히 걸림돌이지만 장기간 부상에서 돌아온 신진호가 그나마 위안이다. 그래도 상주는 클래식 주전급으로 구성된 멤버의 자존심과 '군인정신'이 마지막 무기다.
▶이정협 vs 주민규, '진정한 해결사는?'
이정협(부산)과 주민규(상주)는 올시즌 챌린지와 클래식에서 화제를 일으킨 대표적인 토종 공격수다. 이들은 올시즌 최다인 7경기 연속골을 각각 기록했다. 이정협의 7경기 연속골은 챌린지 신기록이기도 했다. 골 기록이나 가치 면에서는 주민규가 앞선다. 주민규는 17골로 득점랭킹 4위에 올랐고, 이정협은 같은 4위지만 10골에 불과하다. 골 갯수도 그렇거니와 상대적으로 수준높은 클래식에서 터뜨린 주민규의 골이 가치가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기록 외적인 평가에서는 이정협이 앞선다. 이정협은 국가대표 공격수다. 다음달 동아시안컵 엔트리에서도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더구나 이정협은 부상으로 인한 장기간 침묵을 털고 최근 중요한 순간에 해결사 면모를 자랑한다.
고 조 감독의 장례를 치른 뒤 처음 치른 수원FC전(10월 14일)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뒤 눈물의 세리머니를 했던 그는 수원 삼성과의 FA컵 준결승 동점골로 승부차기 승리에 다리를 놓았고, 아산과의 PO에서는 결승골을 장식했다. 반면 주민규는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래 한이 맺혔다. 그래서 둘의 진검승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