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을 보시고 아버지가 꼭 완쾌하셨으면 좋겠네요."
2017년 내셔널리그 최고의 별은 경주한수원의 수문장 김태홍이었다. 김태홍은 21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함께하는 도전, 하나되는 승리' 2017년 내셔널리그 어워즈에서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다. 김태홍은 올 시즌 24경기에 나서 단 17골만을 내주는 짠물수비로 경주한수원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준우승만 3번 했던 경주한수원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김해시청에 0대1로 패했지만, 2차전에서 2대0 승리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우승컵을 품었다. 김태홍의 수상으로 3년 연속 골키퍼가 내셔널리그 MVP의 주인공이 됐다.
김태홍은 "생각지도 못했다. 우리팀에서 누군가가 받을줄은 알았는데 나일줄은 몰랐다"고 감격해했다. 김태홍은 광양제철고 시절 까지만 하더라도 알아주는 유망주였다. 신태용호의 주전 수문장인 김승규(비셀 고베)와 함께 2007년 한국에서 열린 U-17 월드컵 멤버이기도 했다. 20일 K리그 시상식에서 K리그 챌린지 최우수 골키퍼로 선정된 이범수(경남)과도 '절친'이다. 하지만 김태홍은 중앙대 진학 후 방황을 거듭했다.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이 경주한수원이었다. 2013년 경주한수원의 유니폼을 입은 김태홍은 단숨에 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거듭났다. 2013년 베스트11에 선정된 김태홍은 2017년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김태홍은 "축구를 하면서 받은 가장 큰 상"이라며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범수가 상을 받아서 부러웠는데 나도 이렇게 큰 상을 받게됐다"며 웃었다.
김태홍에게 이번 상이 뜻깊은 또 다른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다. 김태홍의 아버지는 12년 전 갑상선과 구강암 수술을 받았다. 전이가 되면서 안구암 수술까지 했다. 다행히 위험한 상황은 넘기며 점차 나아지고 있다. 오전까지도 병원에 있었다는 김태홍은 "이 상을 보시고 꼭 완쾌했으면 좋겠다"고 밝게 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프로에 대한 생각도 있는데 이 팀이 워낙 좋다"고 경주한수원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한편, 베스트11 공격진에는 김민규(김해시청) 김영욱(목포시청)이 선정됐다. 최고의 미드필더로는 장백규(경주한수원) 김경연(목포시청) 조규승(천안시청) 배해민(창원시청)이 뽑혔고, 수비수 부문에는 김민준 최성민(이상 김해시청) 가솔현(경주한수원) 민훈기(천안시청)이 이름을 올렸다. 베스트 골키퍼는 MVP 김태홍(경주한수원)이 차지했다.
득점왕은 14골을 기록한 배해민, 도움왕은 6개의 어시스트를 올린 민훈기가 수상했다. 27년간 함께 팀을 이끈 경주한수원의 어용국 감독과 서보원 코치가 최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깨끗한 매너와 페어 플레이를 보인 팀에게 주어지는 페어플레이상은 목포시청이, 구단 홍보 사업과 지역 연계 마케팅으로 축구저변확대에 기여 한 팀에게 주어지는 우수구단 운영상은 부산교통공사가 거머쥐었다. 최우수 심판에는 최대우 주심, 김태양 부심이 선정됐다. 지난해 11년간 정들었던 부산교통공사에서 물러난 박상인 전 감독은 특별공로패를 받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