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열리는 제3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에는 섬뜩한 변신, 뭉클한 감동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5명의 '여우(女優)'가 양보 없는 격전을 펼친다. 공효진(미씽: 사라진 여자), 김옥빈(악녀), 나문희(아이 캔 스피크), 문소리(여배우는 오늘도), 염정아(장산범). 누가 받아도 손색없는, 이견 없는 별들의 전쟁. 올해 청룡영화상을 뜨겁게 달굴 여우주연상 후보들의 활약상을 가나다 순으로 다뤘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 각종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고 있는 '국민할매' 나문희. '나문희의 해'라 해도 손색이 없는 2017년, 청룡영화상을 통해 마지막 여우주연상 도전에 나선다. 이쯤 되면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응원하는 '그랜드슬램'이다.
나문희는 지난 9월 개봉한 휴먼 영화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 영화사 시선 제작)를 통해 제3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올해 76세, 데뷔 57년 차인 나문희는 역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 중 '최고령 후보'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앞서 나문희는 올해 제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제1회 더 서울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휩쓴다면 올해 여우주연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1960년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해 올해 57년 차를 맞은 나문희는 전작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07, 김상진 감독)에서 납치범을 쥐락펴락하는 권순분 여사로, '하모니'(10, 강대규 감독)에서는 가슴 아픈 사연을 안은 최고령 수감자 김문옥으로, '육혈포 강도단'(10, 강효진 감독)에서는 하와이 여행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점거하는 은행 강도 김정자로, 그리고 '수상한 그녀'(14, 황동혁 감독)에서는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으로 변신해 관객을 웃고 울렸다. 비단 '할머니' 역으로 국한됐지만 이러한 한계 속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하며 매 작품 변화를 시도한 진정한 '연기 장인'이다.
매 작품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며 스크린을 장식한 나문희는 올해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다시 한번 인생 연기를 펼쳐 관객을 사로잡았다.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와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는 극 중 20년 동안 봉원시장에서 오랫동안 수선집을 운영하는 나옥분으로 변신해 열연을 펼쳤다. 나옥분은 불법 입간판부터 가로등 보수, 건물 철거 등 동네의 문제란 문제는 모두 참견해 기어이 민원을 해결하는 괴짜 할매다.
일명 '도깨비 할매'로 불리며 구청 직원들에겐 기피 대상 1호인 나옥분 역을 맡은 나문희는 영화 초반 친근한 '국민 할매'로서 특유의 코미디로 웃음을 선사했고 클라이맥스에서 가슴을 울리는 진한 감동의 열연으로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특히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미 의회 청문회 장면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삼켜왔던 한(恨) 맺힌 나옥분의 절절한 마음과 감정을 완벽히 표현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대배우'이자 '국민 배우'이며 '국보급 할매'인 나문희.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3관왕을 꿰차며 2017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제38회 청룡영화상은 오는 25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SBS를 통해 오후 8시 45분부터 생중계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스포츠조선DB,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