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함덕주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함덕주는 올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구원투수로 나서 6⅔이닝 무실점, 한국시리즈에서 2⅔이닝 2실점을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정규리그 후반기 10경기에 선발로 나서 5승1패, 평균자책점 3.14, 5경기 구원으로 나서 7이닝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 1.29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APBC에서는 압도적이었던 그 모습이 나오지 못했다. 16일 첫 일본전에서는 9회 1사 만루 상황에 등판해 첫 타자 교다 요타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동점을 만들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7-4로 앞선 연장 10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함덕주는 무사 1,2루에서 선두타자인 4번 야마카와 호타카를 외야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우에바야시 세이지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이 홈런 타석을 끝으로 함덕주는 더이상 APBC무대에 서지못했다. 성적은 1이닝 1안타(1홈런) 1볼넷 3실점(1자책)이다.
함덕주의 부진 이유로는 체력 문제가 꼽힌다. 함덕주는 포스트시즌 두산이 치른 10경기 중 8경기에 등판해 무려 158개의 공을 던졌다. 정규시즌에도 막판까지 순위싸움이 치열해지자 필승조였던 함덕주는 거의 매 경기 등판했었다.
체력이 떨어지자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함덕주는 후반기 체인지업 비중을 높이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 본인도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으니 던지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오른손 타자들에게 체인지업이 잘 통하면서 성적이 좋아졌다. 함덕주의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궤적이 거의 같아 타자들을 꼼짝없이 속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번 APBC에서 함덕주의 체인지업은 밋밋했고 타자들을 속이지 못했다.
함덕주 본인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17일의 시간이 있었고 본인도 시즌이 끝난 후에 "나는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대표팀 선수로서 강한 의지를 표명했었다. 하지만 몸이 그의 의지를 따라주지 못했다.
선동열 감독은 결국 첫 경기 후 "함덕주는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태다. 구위가 좋을 때에 비해 많이 떨어져있다. 본인도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하며 나머지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함덕주에게는 프로 데뷔 후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돼 치른 경기에서 부진해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위 문제라기보단 체력문제인 이상 다음 기회는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