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열리는 38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은 가장 치열한 부문 중 하나다. 김윤석(남한산성), 설경구(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송강호(택시운전사), 이병헌(남한산성), 조인성(더 킹),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5인의 후보. 누가 받아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각축을 벌이게 됐다. '이 배우'가 받아야 하는 이유를 5회에 걸쳐 가나다순으로 싣는다.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불한당'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연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가 다시 한 번 '청룡의 남자'가 될까.
설경구는 범죄조직의 일인자를 노리는 남자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액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변성현 감독)에서 모든 것을 갖기 위해 불한당이 된 남자 재호 역을 맡아 캐릭터에 완벽 빙의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극중 그가 연기한 재호는 조직의 실세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잔인한 승부 근성을 가진 인물. 교도소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던 현수를 자신의 조식에 끌어 들인 또 다른 '불한당' 현수(임시완)과 함께 세력을 넓혀가며 살벌한 보스의 끝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그는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직접 분장팀에 헤어라인, 눈썹 등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외형적인 변화에도 힘을 주었을 뿐 아니라 번뜩이는 눈빛과 비열해보이면서도 무게감을 갖춘 목소리 톤 등으로 재호의 남성적인 매력을 극대화 시켜 카리스마의 끝을 보여줬다. 또한 무려 21살이나 어린 임시완과 묘한 분위기의 브로맨스까지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 작품으로 엄청난 여성 팬들까지 끌어모으면서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이런 열연은 청룡영화상에 앞서 열린 시상식 등을 통해서 입증됐다. 여름에는 '불한당'으로 '박하사탕' 이후 7년만에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됐고 지난 10월 25일 열린 제54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 이어 11월 9일 진행된 제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에서도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손에 쥔 것.
이런 설경구의 수상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그가 오랜 부진의 늪을 벗어나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앞서 설경구는 ''박하사탕'(00, 이창동 감독) 김영호, '오아시스'(02, 이창동 감독) 종두, '공공의 적'(02, 강우석 감독) 강철중, '해운대'(09, 윤제균 감독) 최만식, '감시자들'(13, 조의석·김병서 감독) 황반장 등 매 작품 완벽히 체화된 캐릭터로 '연기 신(神)'으로 불렸다.
하지만 '소원'(13, 이준익 감독) 이후 '나의 독재자'(14, 이해준 감독) '서부전선'(15, 천성일 감독) '루시드 드림'(16, 김준성 감독) 등 흥행 고전을 면치 못해 아쉬움을 남겼을 뿐 아니라 연기력 면에도 이전 만 못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것. 설경구 역시 '불한당' 개봉에 앞서 공식석상에서 "요새 영화를 몇 개 말아 먹어서 힘들었다"고 '셀프 디스'를 하기도 했다.하지만 그간 자신을 향한 쓴 소리를 견디며 오직 연기력 만으로 마침내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연 설경구. '박하사탕'과 '공공의 적'으로 제21회와 23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청룡의 남자'로 불리기도 했던 그가 14년 만에 다시 한번 수상의 영광을 맞이하게 될지, 대종상과 영평상에 이어 3관왕까지 차지할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한편,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에는 김윤석('남한산성'), 설경구('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병헌('남한산성'), 조인성('더 킹')이 올랐다. 오는 25일 오후 8시 45분부터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개최되고 청정원이 협찬, SBS가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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