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대만이 복병이라고는 했는데, 막상 경기를 해보면 실력 차이가 꽤 나지 않았나요? 이번에도 왠지 그럴 것 같은데." 라는 질문은 무지(無知)였다. 국제 대회에 안심은 결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개막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앞두고, 전력 분석이 한창일 때였다. 그때 대부분의 초점은 한국 그리고 일본에 맞춰져있었다. 대만은 알게 모르게 최약체라는 낙인이 찍혀 안중에 없는 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제 대회에서 대만 야구 대표팀의 위상이 많이 약해져있다. 한때는 한국보다 더 앞선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대만 야구가 이제는 멀찌감치 뒤처져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 24세 이하, 프로 3년차 이하로 연령 제한을 둔 APBC에서 '와일드카드' 제도를 도입한 것도 전적으로 대만 때문이다. KBO의 적극적인 주도로 올해 처음 APBC를 개최하기로 결정할 당시, 대만이 전력 차이를 이유로 '와일드카드'를 선발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공식적인 규정으로는 모든 참가팀이 '와일드카드'를 쓸 수 있지만, 처음에는 대만만 선발하는 쪽으로 가닥이 기울었었다. 후에 일본이 최종 엔트리 제출 직전 '와일드카드' 3명의 선수를 끼어넣어 결국 한국만 선발하지 않은 셈이 됐지만, 아무튼 그만큼 대만 야구의 뎁스 자체가 많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또 한국 대표팀은 지난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부터 최근 4년간 대만을 국제 대회에서 만나면 패배한 적이 없다. 통산 전적도 23승13패로 크게 앞질렀다. 그래서 이번 대회의 초점도 대만보다 일본에 훨씬 더 많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대만의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플레이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공수 모두 특별히 뒤처진다는 느낌이 없었고, '와일드카드'로 발탁한 천관위는 프리미어12나, 올해 3월 WBC에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대만의 불펜 투수들도 좋은 공을 던졌다. 일본의 투수들 공을 보다 대만 투수들의 공을 보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던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 타자들은 일본전에서는 7점을 뽑았지만, 대만전에서는 8이닝 동안 1득점에 그쳤다. 4할타자 왕보룽은 중요할 때에 안타를 쳐내는 위협적인 선수였고, 대만의 분위기 메이커라던 1m65의 단신 포수 옌훙쥔도 인상적인 플레이를 했다. 눈에 띄는 선수들이 꽤 보였다.
대만 타자들이 생소한 투구폼을 가진 사이드암 임기영에 가로막혔지만, 충분히 대등한 경기를 했다. 팽팽한 긴장감은 일본전이나 대만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제 대회, 그것도 단기전이라 가능한 일이다. 대만은 애초부터 포인트를 한국전에 맞춰두고 많은 준비를 했다. 선발 천관위도 일찌감치 확정을 하고, 컨디션을 한국전 일정에 맞춰서 끌어올렸기 때문에 정규 시즌 못지 않은 구위의 공을 던질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국제 대회에서 수많은 이변을 지켜봤고, 때로는 그 이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절대 방심은 금물이다. 이번 APBC 대회를 통해 대표팀이 얻은 또하나의 소득이기도 하다.
도쿄=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