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 머물고 있는 박종훈 한화 이글스 단장은 국내에서보다 전화통화가 더 잦다. 스토브리그. 정근우 안영명 박정진 등 내부FA들과의 협상 뿐만 아니라 내년 스프링캠프 준비, 그리고 남은 외국인 타자 영입까지.
16일은 선수단 전체휴일이었다. 박 단장은 미국에 파견돼 있는 석장현 운영팀장이 보내온 동영상 하나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리스트업 해둔 외국인 타자 후보군은 이미 압축된 상태. 이날 석 팀장은 리스트에 없던 선수의 활약 모습을 편집해 보내왔다. 박 단장은 "너무 좋다. 정말 데려오고 싶은 선수다. 문제는 소속팀에서 쉽게 놔줄까 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선수 본인의 한국행 의지 뿐만 아니라 최근 급격히 올라가고 있는 이적료 얘기다.
박 단장은 "외국인 선수 몸값이 계속해서 뛰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쓸만한 선수는 부족하고 이런 KBO리그 현실을 알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더 많은 이적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십만 달러 내외였던 이적료는 100만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상태다.
박 단장은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과 FA선수들의 몸값은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어급 FA선수들의 활약만 놓고보면 오히려 외국인선수에 대한 투자보다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4년간 100억원을 받는 FA는 1년에 1,2명 나온다. 연간으로 따지면 25억원 수준이다. 이들은 적어도 8,9년간 KBO리그를 위해 활약한 선수들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1년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A급용병 비용은 연봉, 옵션, 이적료를 합하면 4년간 1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책임감 측면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타구단 단장님들이나 스카우트 파트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올해 외국인 선수 선발 기조를 바꿨다. 우완 키버스 샘슨(26)과 좌완 제이슨 휠러(27)는 몸값이 각각 총액 70만달러, 57만5000달러다. 커리어보다는 젊고 건강한 선수들을 뽑았다. 나름대로 활약할 수 있다는 내부판단이 섰기에 과감하게 선택했다. 지난해 알렉시 오간도(180만달러)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150만달러)와 계약했지만 이들이 1지망은 아니었다. 원래 영입하고자 했던 선수들과의 계약이 계속 어긋나면서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수그러들던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를 데려올 수 있었다. 당시로선 예상외 지출이었다.
일각에선 다른 목소리도 낸다. FA들의 몸값이 계속 높아지면서 팀내 활약비중 측면을 감안, 외국인 선수들이 더 많은 연봉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하튼 KBO리그 구단들의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두 요소는 FA와 외국인 선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처럼 외국인 선수 보유제한을 풀고 출전 제한만 둔다고 해도 아예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수협의 국내선수 보호 목소리는 차치하고라도 외국인 선수 운용측면만 놓고 볼때 오히려 비용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