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가라, 승강 플레이오프(PO).'
17일 K리그 클래식 11위 피하기 '단두대 매치'가 펼쳐진다. 공교롭게도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운명이 갈리게 됐다.
스플릿 그룹 B의 세 팀이 피 말리는 승부를 준비 중이다. 9위 인천(승점 36), 10위 전남(승점 35), 11위 상주(승점 35)다.
그나마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한 팀은 '생존왕' 인천이다. 상주를 안방으로 불러들이는 인천은 최소 비기기만 해도 대구-전남전 결과에 관계없이 잔류를 확정 짓게 된다. 인천은 최근 2주간의 A매치 기간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상주전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불안요소가 있다. 지난 5일 전남과의 클래식 3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두 명의 선수가 퇴장 당했다. 중앙 수비수 부노자와 최전방 공격수 웨슬리, 두명의 외인이다. 여기에 또 다른 센터백 자원인 이윤표는 부상 중이다.
부노자의 공백이 커 보인다. 인천은 비기는 전략을 위해 두터운 수비를 구축해야 한다. 골을 넣는 것보다는 골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고 플레이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기형 인천 감독은 주로 활용하던 스리백 카드를 내밀 전망이다. 그러나 두 명의 중앙 수비수를 잃은 상황에서 채프만과 하창래의 파트너가 다소 불안하다. 공격수로 변신한 수비수 출신 김대중이 선택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골키퍼 이진형이 믿음직하다. 지난 전남전에서 '선방쇼'를 펼치며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이진형이 지키는 골문은 든든하다.
전남은 깊은 늪에 빠져있다. 최근 13경기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지난 8월 2일 상주전 이후로 승리하지 못했다. 가장 문제는 불안한 수비다. 먼저 골을 넣은 뒤 버티지 못하고 실점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선수들의 자신감이다. 지난 5일 인천전에선 9명을 상대로 몰아붙였지만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오히려 더 활동적인 움직임을 바랐던 후반 교체투입된 선수들의 안일한 플레이로 인해 승부가 뒤집힐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전남이 처한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마지막에 만난 상대가 이미 잔류를 결정지은 대구다. 아무리 대구가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홈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전력누수가 눈에 띈다. 사타구니 부상을 한 세징야가 브라질로 건너가 재활 중이다. 주니오와 에반드로 출전이 예고되고 있지만 내년 시즌을 위해 젊은 선수들을 중용할 경우 1군보다는 1.5군에 가까운 멤버가 나설 공산이 크다. 게다가 정신력에서도 전남이 앞설 것으로 보인다.
전남은 K리그 순위 방식 변경 이후 첫 수혜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전남이 비기고 상주가 인천을 꺾어도 인천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루지만 다득점에서 크게 앞서기 때문에 전남은 생존하고 인천이 승강 PO로 떨어질 수 있다.
'군팀' 상주는 반드시 인천을 꺾어야 내년에도 클래식에 살아남을 수 있다. 대구가 전남에 승리하면 인천과 비겨도 되는 시나리오가 연출되지만 전남의 패배는 어디까지나 상주의 바람일 수 있다. 축구공은 둥글다. 어떤 결과도 나올 수 있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마지막 '군인정신'을 강조할 예정이지만 이에 맞설 인천의 정신무장도 만만치 않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