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전설 이규승의 마장산책
경마는 영국의 백작들끼리 말달리기 경기를 한데서 비롯됐다.
백작들은 누구 말이 더 잘 달리나 경기를 하면서 내기도 했다. 경기가 벌어지면 구경꾼이 모여들었는데 이들도 내기를 했다.
구경꾼이 많아지면서 딜러 역할을 하는 사람이 등장했다. 이들을 북메이커(Book Maker 마권업자)라고 불렀다. 북메이커들은 출전마별로 입상가능성에 따라 임의로 배당률을 정해 마권을 팔았다.
경기는 출전마끼리 벌이고 마권은 구경꾼과 북메이커 간의 게임인 셈이었다.
1800년대 후반 마권을 구경꾼, 즉 경마팬들끼리의 경쟁으로 붙이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다. 경마팬들 간의 '상호 경쟁'으로 함으로써 배당률은 출전마별로 마권 매출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이 방식을 '패리뮤추얼(Parimutuel)'이라고 한다. '상호 베팅'이라는 뜻이다.
이 방식은 경마팬들 간의 경쟁이기 때문에 출전마별로 마권이 팔릴 때마다 배당률이 변한다. 이 과정에 딜러는 수수료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북메이커와 달리 위험부담이 없다.
이에 따라 패리뮤추얼 방식을 채택하는 나라들이 급격히 늘어나 대부분 북메이커 방식과 패리뮤추얼 방식을 함께 시행했다. 그러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대다수 국가들이 패리뮤추얼 방식을 채택, 경마시행체에 마권 발매를 독점토록 하고 북메이커를 금지시켰다.
반면 영국, 호주 등 영국계 경마국들과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는 아직까지도 두가지 방식이 병존하고 있다. 사설경마를 허가, 마권을 팔도록 허용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불법 사설경마 업자가 쉽사리 등장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경마시행체의 매출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경마장 안에 북메이커들이 장사진을 치고 각기 다른 배당률을 게시해놓고 소리치며 마권을 팔고 있다. 이 때문에 마권 매출의 95% 가량을 북메이커들이 차지하고 있다. 북메이커 방식이 불법 사설경마를 방지할 수는 있어도 시행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패리뮤추얼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한국마사회는 사설경마와의 전쟁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불법 사설경마 업자를 능가하는 서비스와 베팅 편의성 등을 개발, 제공하는 길이 최선일 것 같다. <전 스포츠조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