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직장인 최모씨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떨어 고민이 많다. 소개팅 자리에서 커피 잔을 들 때도 손이 떨려 상대방의 오해를 사기도 하고, 회식 자리에서 술잔을 받을 때 손을 심하게 떨어 술이 쏟아지는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돼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 나서기도 꺼려지게 됐다.
손을 떠는 증상 즉, '수전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지나치게 긴장하고 예민해지는 것이 원인일 수 있고,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파킨슨병' 같은 질병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
손 떨림이 있는 사람은 먼저 기관지확장제(천식, 기관지 질환 치료약)나 카페인 등의 약물을 복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들 약물은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작용을 해 수전증 증상을 더 심하게 만든다.
약물과 상관없이 젊은 사람이 손 떨림 증상과 함께 체중이 감소하거나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갑상선 기능항진증도 교감신경의 항진이 나타나는데, 갑상선 호르몬의 과다 분비가 원인이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심박수가 증가하고 체중이 감소하는 것 등이 이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머리나 손을 떠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손을 떠는 경우 대부분은 파킨슨병과 본태성 진전증이라고 하는 수전증 때문이다.
본태성 진전은 가장 흔한 떨림증의 원인으로 나이가 들면서 컵을 들거나 글을 쓸 때 손이 떨리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가만히 있을 때는 떨림이 적고 손을 사용할 때 떨림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양손에 동시에 발생하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율이 더 높다. 떨림증은 이를 의식하고 감추려고 하면 긴장이 돼 떨림이 더 심해지며 의지와는 관계없이 떠는 것이 심해져 사회생활에도 장애를 받게 된다.
중증인 경우에 손의 사용이 힘들어져 간단한 수저질마저 힘들어 지고, 식사 할 때 음식을 흘리고, 심하게는 머리를 떠는 경우도 있다.
손 떨림 증상이 지속될 때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질병은 파킨슨병이다. 흔히 손 떨림이 나타나면 중풍으로 오인하고 잘못된 치료를 받기도 한다.
물론 중풍으로 인한 파킨슨병(혈관성 파킨슨증)이 있긴 하지만, 이는 여러 차례 뇌경색 혹은 뇌출혈이 발생해 도파민 분비가 잘 안될 경우다. 사실 일반인은 손 떨림만으로는 중풍과 파킨슨병을 구분하기는 게 쉽지 않다.
일반 수전증과 파킨슨병의 손 떨림은 다르다. 수전증은 뭔가 잡거나, 잡으려고 할 때(움직일 때)나, 손을 들고 있을 때 떨리는 반면, 파킨슨병의 손 떨림은 가만히 있을 때도 떨게 된다.
가정에서 TV를 시청하고 있을 때 한쪽 손에 떨림이 나타난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다.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피려고 할 때, 손목을 회전할 때, 엄지와 검지가 서로 맞부딪히면서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파킨슨병이 있으면 얼굴이 무표정해지고, 행동이 느려져 우울해 보이는 증상이 동반된다. 하지만 단순 우울증이나 기력이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다가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뇌졸중이나 종양과 같은 뇌의 병 때문에 떨림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다른 병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