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딜(Good Deal)이라고 자신합니다. 내년 결과를 보시죠."
kt 위즈는 13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이날 FA(자유계약선수) 황재균과 4년 총액 88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황재균과 kt가 일찍부터 교감을 나눴다는 얘기는 나왔었지만, 실제 도장을 찍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또 계약을 하고도 '거품 논란'이 일어 기대했던 반응을 끌어내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황재균 영입, 막전막후는 어땠을까.
▶지난해부터 시작된 짝사랑
황재균은 지난해 FA 자격을 얻어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행을 확정짓기 전, 국내팀들도 황재균과 계약을 원해다. 작년 이맘 때 황재균에게 가장 공을 들인 팀이 kt다. kt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영입하고 싶었다. 마땅한 3루수가 없지 않았나. 그러나 작년에는 FA 시장, 구단 분위기가 안 좋았다. 거액을 쓸 여력이 안 됐다. 황재균에게 금액조차 제시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황재균이 미국으로 떠났으나, kt는 그래도 황재균이었다. 영입에 관계 없이 꾸준히 연락을 취하며 안부를 물었고, 황재균이 옵트아웃을 실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했다.
▶마음을 움직여라
FA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하지만 돈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기도 하다.
kt는 자신들의 약점을 알았다. 비슷한 조건이면 꼴찌팀에서 뛰고 싶어하는 선수는 없다. 스타성이 있는 선수라면 인기가 많은 팀에서 뛰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kt는 이런 부분에서 이점이 없다고 인정했다. 황재균에 관심이 있던 나머지 두 구단 모두 전통의 인기팀들이었다.
그래서 kt는 '정성'을 영입의 모토로 삼았다. 황재균이 한국에 들어오는 날부터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만남을 가졌다. 세 차례 사전 협상 모두 임종택 단장이 적접 나갔다. "황 선수가 오면 우리 팀이 강해질 수 있다.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진심으로 얘기했다.
kt쪽으로 분위기가 흐른 건 지난 9일. 구단, 황재균 뿐 아니라 황재균의 부친 황정곤씨도 자리에 참석했다. 협상의 명목으로 만났지만, 소주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터놓는 자리가 됐다. 이 자리에서 황재균의 부친은 "구단에서 너를 위해 이렇게 애써주시는 데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부모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부모 의견을 잘 따랐던 황재균도 부친의 한 마디에 마음을 정했다. 10일 곧바로 세부 협상에 들어갔고, 주말 가족 회의를 거쳐 13일 수원에서 최종 사인을 하기에 이르렀다.
▶왜 88억원인가
kt는 황재균에게 계약금 44억원, 4년간 연봉 11억원씩 총액 88억원을 안겼다. kt 관계자는 "리그 최고 3루수라는 최 정(SK 와이번스) 박석민(NC 다이노스) 사례를 참고했다"고 했다. 최 정은 2014년 SK와 4년 86억원에 계약했다. 박석민은 1년 후 NC와 96억원에 사인했다. kt 관계자는 "통산 성적을 보면, 방망이에서는 황재균이 최 정과 박석민에 밀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6년 성적(3할3푼5리 27홈런 113타점)이 매우 훌륭했고, 수비에서 두 선수에 결코 밀리지 않기에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해줘도 괜찮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최 정보다 2억원 높은 금액에 계약해 자존심을 살려줬다. 박석민 계약의 경우 당시 시장가가 지나치게 높이 올라간 것으로 판단했다.
▶내년 결과로 보자
kt는 야심차게 황재균을 영입했지만, 몸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kt 관계자는 "다른 구단 영입 경쟁과 관계 없이, 황재균이라는 선수에 대한 가치를 철저하게 분석해 우리 스스로 이 금액을 책정했다"며 "우리 구단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아주 좋은 계약이었다고 생각한다. 황재균 계약은 이번 4년으로 끝이 아니다. 젊고, 건강하고, 성실한 선수이기에 앞으로 8년을 함께할 것으로 생각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 대우를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팀의 간판이 될 수 있는 스타가 필요했다. 또, 모든 코칭스태프가 3루 보강을 절실히 원했다. 황재균이 이 두 부분을 모두 채워줄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 결과로 보면 되지 않을까. 황재균이 잘해준다면, 거품 논란은 사그러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