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A대표팀 감독(47)은 지난 8월 프로축구연맹에 조기소집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었다. 당시 축구 관계자들은 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자동 진출이 좌절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신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 마음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 감독은 구단 사단장 회의까지 찾아가 고개까지 숙였다. 결국 연맹 이사회는 조기소집을 허용했고 신 감독은 대표팀 소집 규정보다 일주일 앞서 선수들을 불러들일 수 있었다. 이후 신 감독은 지난 9월 운명의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에서 경기력은 부진했지만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신 감독은 또 한 번 조기소집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아직은 먼 얘기 같아도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본선 직전에 사용하길 원한다. 신태용호의 월드컵 로드맵은 이렇다. 12월 동아시안컵 참가 이후 내년 1월 2주간의 해외 전지훈련이 잡혀있다. 그리고 내년 3월에는 두 차례 국내 평가전이 예정돼 있고 결전을 앞둔 5월에는 출정식을 겸한 국내 평가전과 해외 평가전 1~2회가 계획됐다. 소집은 규정상 월드컵 개막 3주 전 월요일부터 가능하다. 5월 21일이다. 5월 첫째 주에는 예비명단 30명을 뽑고 2주간 몸 상태와 경기력을 체크한 뒤 5월 20일 각 클럽팀 경기가 끝나자마자 7명을 제외시킨 최정예 멤버를 발표할 전망이다.
하지만 14일 협회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신 감독은 5월 14일 소집을 원하고 있다. 내년 1월 2주간의 해외 전지훈련을 1주일로 줄이고 남은 1주일을 5월 소집 일주일 전에 붙여서 대회 개막 한 달 전에 소집을 하고 싶어한다. 이미 1월 소집훈련을 2월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명확하다. 실효성 때문이다. 월드컵의 해마다 1월 전지훈련은 빠지지 않는 월드컵 로드맵 중 하나였다. 그러나 1월은 시즌이 진행 중인 해외파를 제외한 국내 선수들은 체력훈련만 하는 시기다. 실전 경기는 1월 말 또는 2월부터 계획돼 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황에서 소집된 선수들의 경기력은 당연히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의 요청도 있었다. 전문적으로 피지컬을 담당해야 하는 미냐노 코치는 월드컵 개막 3주 전에 소집하면 선수들의 체력을 다듬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냐노 코치가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따져 개인별 피지컬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선 협회와 연맹의 빠른 조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협회가 무조건 대의를 위해 연맹에 협조만 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연맹 구단지원팀에선 이미 내년 시즌 경기 일정 가안을 짜고 있는데 3~6월까지 A매치와 소집일정 때문에 경기일수가 나오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특히 3~6월에는 K리그 뿐만 아니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도 펼쳐지기 때문에 월드컵이 열리기 전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연맹 입장에선 난감할 수 있다.
다만 조기소집이 원천적으로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기브&테이크'가 필요하다. 월드컵이 끝난 뒤 K리그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될 수 있다면 연맹도 충분히 고려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협회가 9~11월 A매치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맹은 내년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이어지는 자카르타·팔레방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K리그 경기를 중단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국제대회 성적은 국내리그 흥행과 비례한다. '월드컵 특수'는 반드시 연맹이 살려야 할 마케팅 요소 중 하나다. 신태용호의 월드컵 본선 무대 성공을 위해 협회와 연맹의 빠른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