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주말극 '도둑놈 도둑님'을 마친 배우 김지훈을 만났다.
'도둑놈 도둑님'은 대한민국을 조종하는 기득권 세력에 치명타를 입히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통쾌하게 다룬 드라마. 김지훈은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한준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준희는 장판수(안길강)의 친아들이지만 아버지가 자꾸 거짓말을 하며 도둑질을 끊지 못한다고 생각한데다 어머니까지 사망하자 가출한다. 보육원에 들어가 이름까지 바꾸고 고시에 패스해 검사가 된 뒤 다시 만난 가족들을 모른 척 하며 인연을 끊으려 했지만, 결국 진심을 알게 되고 마음을 바꿔 장들목(지현우)과 힘을 합해 복수에 성공한다.
김지훈은 가족에 대한 원망과 용서, 복수까지 낙폭이 큰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한준희의 심리를 절절하게 전달하는 호소력 짙은 감정 연기에 시청자는 애잔한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다. 50부작의 긴 호흡을 마친 그는 몸살 기운으로 조금은 야윈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특유의 유쾌하고 젠틀한 입담으로 인터뷰를 이어가며 작품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50부작 드라마가 길어서 힘들긴 한데 이번 드라마는 한준희 캐릭터가 감정의 진폭이 커서 더더욱 힘들고 길게 느껴졌다. 어쨌든 무사히 캐릭터를 소화하고 방송도 마무리를 잘 지어서 홀가분하고 편안하다. 복수에도 성공했다. 드라마에서 너무 극단적인 모습이 나오기 힘드니까 적당히 권선징악을 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가족의 화합과 용서와 이해로 따뜻한 마무리를 지었다. 심경이 지쳐있으니까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사실 '도둑놈 도둑님'은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좋았지만 전개가 조금은 답답한 고구마 전개였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주인공들이 패를 갖고 있으면서도 번번히 천문그룹을 꺾는데 실패하거나 복수가 벽에 가로막히는 그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윤중태(최종환)가 나중에 절대악으로 군림하게 되면서 똘목(장들목, 지현우)이랑 작전을 짠다. 잡으면 될 것 같은데 계속 작전만 짜니까 그 과정이 좀 지치긴 했다. 작가님의 큰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다를 위해 계속 돌아왔으니까 마지막에 악을 응징하는 엔딩이 제일 시원했다.개인적으로 연기를 하며 좀더 욕심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 욕심을 다 채우면서 연기를 할 수는 없다. 전체적인 드라마의 구성과 작가님의 생각이 있으시니까 주어진 인물에 충실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주어진대로 묵묵히 하는 편이다. 작가님께 물어볼 수도 있고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작가님도 일주일에 2부씩 긴 시간 동안 대본을 뽑는 게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다. 작가님도 의도대로 얘기가 풀리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런 부분에서 내가 아쉬울 수도 있지만 작가님도 애착을 갖고 쓰시는데 애기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어진 데에서 답을 찾으려 하는 편이다."
'도둑놈 도둑님'은 9.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한 뒤 방송 6회 만에 10%대 고지를 돌파했지만 이후로 큰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지그재그형 시청률 행보를 보였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가 모두 시청률 부진을 겪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이 있진 않을까.
"시청자 입장에서 뭔가 문제가 느껴지고 아쉬운 부분들을 먼저 대본을 보고 연기하는 사람들이 모를 리는 없다. 시청자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출연자들은 그보다 더 큰 아쉬움을 느꼈을 거다. 내 이름과 커리어를 걸고 일을 하는 건데 아쉬움은 더 크다. 하지만 연기자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도둑놈 도둑님'은 방송 중 파업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9월 4일부터 시작된 MBC 총파업 여파로 편성이 흔들리는 일이 잦았다. 10월 22일, 23일, 29일, 4일 방송분이 모두 결방되면서 5일 2회 연속 방송으로 방송을 마무리지었다. 배우로서 시청 일자가 오락가락한다는 건 마음 아픈 일일 터.
"방송 초반이나 한창 얘기가 진행되는 중에 그랬다면 타격이 있을 수 있었는데 마무리 단계에서 차질이 생긴거라 그나마 피해를 많이 보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방송하는데 일정이 차질이 생긴 거 말고는 촬영에는 차질이 없었다. 정해진 스케줄 대로 촬영됐다. 파업인원이 교체되고 해서 조금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거에 비해 수월하게 촬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오히려 파업 때문에 방송이 밀리게 되면서 찍을 게 많았던 마지막회를 좀더 신경써서 찍을 수 있었다. 파업의 피해도 있었지만 득을 본 것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작품을 마무리 지었지만 김지훈은 촬영 분위기 만큼은 최고였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그 공을 모두 상대 배우들에게 돌렸다.
"우리 드라마는 호흡 면에서는 시청률 1등 드라마에 부럽지 않았다. 연기자들이 기본적으로 선배님들도 너무 인간적으로 좋으시고 연기들도 각자의 역할에 너무 충실하게 잘 하셨다. 내 밑으로 어린 친구들도 너무 착했다. 사람들이 연예인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 인성이 안 좋다든지 날라리 같다든지 하는 편견을 아주 깨버리는 조합이었다. 너무 착하고 성실한 친구들만 모여있었다. 나도 개인적으로 내가 착하고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들 사이에 있으니 내가 제일 때가 탄 느낌이 들 정도였다.인생에 사연이 많고 한이 많이 서린 캐릭터라 늘 날이 서있어야 했다. 그래서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다른 친구들도 역할의 색은 다르지만 자기 연기를 하기 위해 늘 준비상태를 갖고 있었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크게 장난치고 웃고 떠든 적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촬영할 때 더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상대가 연기를 더 잘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 서로서로 격려해주고 보듬어주는 이상적인 촬영 현장이었다. "
특히 함께 호흡을 맞춘 소녀시대 출신 서현과 지현우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서현씨는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잘 했다. 소녀시대라는 슈퍼스타인데 그런 껍데기에 연연하지 않고 늘 배우겠다는 자세로 열심히 했다.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스펀지 모드로 촬영에 임했다. 임주은도 워낙 세게 생겼는데 정반대되는 성격이었다. 유하고 순하고 푼수 같은 느낌도 있었다. 현우 씨도 너무 착했다. 촬영에만 모든 시간을 다 할애하더라. 심지어 금,토요일이 세트 촬영인데 촬영이 끝나면 거의 집에 가는데 25주 중에 20주 정도는 그 세트에서 잤다. 집중해서 대본을 보기 위해서 집에 가는 시간도 아깝다고 그러더라. 대단하다 싶었다."
그렇다면 '도둑놈 도둑님'은 김지훈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큰 의미가 있다. 나한테는 후회 없는 작품이었다. 역할도 충분히 매력있었던 것 같고 후회 남지 않을 만큼 모든 걸 쏟아 부어 연기했다. 결과물에 대해 아쉬운 부분들은 늘 있지만 그건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후회 없이 연기했다는데 대해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결과물에 대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긴 하다. 나는 내 모든 걸 쏟아 부어 열심히 연기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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