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은 현역 때 '국보'로 불릴만큼 위력적인 투수였고, 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화려한 코치-감독 경력을 가지고 있다.
WBC 등 국제대회에서 여러차례 투수코치로 참가해 적절한 투수 기용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도 12명의 투수를 어떻게 기용할지가 관심사.
선 감독은 "아무래도 단기전은 정규시즌과는 다른 투수 운용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이번 대회 투수 운용이 일반적인 경기와는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을 던져주고 이후 불펜의 승리조 투수들이 나와 나머지 이닝을 막아주는 전형적인 승리 공식을 따르기는 쉽지 않다. 시즌이 끝나고 40일이 지난 뒤에 열리는 대회라 투수들의 컨디션이 아직 정규시즌때처럼 올라오지 않은 것이 그림을 그리기 힘들게 한다.
선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고는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대회가 코앞이다. 8일의 훈련 기간이 벌써 지나갔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투수 운용은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짜여질 수밖에 없다. 어린 선수들이 나가는 대회라고 해서 경험을 쌓는 것에만 치중할 수는 없다. 국제대회이니 이겨야 한다. 선 감독은 "선발이 위험할 경우 빠른 이닝에도 교체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럴 경우 선발급의 롱릴리프가 막아주는 것이 최고의 결과다. "초반에 어렵게 가더라도 두번째 투수가 2∼3이닝을 잘 막아준다면 후반에 반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라고 두번째 투수의 중요성을 밝혔다. 심재민(kt)이나 함덕주(두산) 등이 두번째 투수 후보다.
선 감독은 그러나 선발이 내려간 이후 투수들을 짧게 끊어 던지게 할 계획을 밝혔다. "투수들이 길게 던져주면 좋지만 현재 선수들의 컨디션과 구성을 보면 그렇게 하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12명의 투수들을 모두 가용하면서 짧게 짧게 끊어 가도록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투수들의 컨디션이 좋다면 1이닝 이상도 맡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 감독은 조금이라도 위기가 올 경우 주저없이 바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조금의 방심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단기전에선 타격보다는 투수와 수비가 중요하다"라는 선 감독은 "선수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서 보여주면 좋겠다"라며 젊은 선수들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