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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부족" 선동열 감독이 진단한 투수 기근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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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가 없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언제부턴가 KBO리그는 '에이스'급 투수에 대한 갈증에 목말라있다. 괜찮은 투수들은 있어도, 간판급 투수가 예전에 비해 잘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타자들의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타고투저리그가 된 것도 원인 중 하나지만, 구단들은 아마추어에서 싹을 보였던 투수들이 프로에서 자리 잡기 쉽지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당연히 리그의 투수 기근 현상은 대표팀으로도 이어진다. 대표팀의 '에이스' 투수 계보는 '류윤김'으로 불리는 류현진-윤석민-김광현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긴 상태다. 국제 대회가 있을 때 마다 젊고, 최근 성적이 가장 좋았던 젊은 투수들을 대표팀으로 뽑았으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많지 않다.

선수로, 코치로 대표팀을 오래 지켜본 선동열 감독은 투수 기근 현상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바로 아마추어의 기본기 부족이다. 선 감독은 "유소년야구가 기초 체력 훈련보다 기술 훈련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밸런스가 잘 안잡히고 상체로 던지는 투구를 많이 하니 부상이 올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더욱 이런 풍토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20~3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부모들의 교육 방식 영향도 있다. 가정마다 아이가 1~2명 정도로 귀하고, 또 대부분 부족함 없이 키우다보니 자연스럽게 힘든 것은 덜 하게 된다. 또 학교의 야구부 자체가 학부모들의 지원 비용으로 운영이 되다보니 감독이나 코치들도 학부모들의 의견에 끌려가는 경우가 다수다.

선동열 감독은 "예전에는 겨울이면 야구부 학생들이 전지 훈련이 아니라, 동계 체력 훈련을 하느라 바빴다. 그만큼 겨울은 체력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하는 시기다. 러닝을 통한 기초 체력 훈련은 정말 중요하다. '러닝이 싫은 투수는 은퇴를 해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면서 "요즘 아마추어에서는 힘든 것을 안하려고 한다. 리그에 좋은 투수들이 잘 안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오는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가 자체 오디션 현장이 될 수 있다. 만 24세 이하, 프로 3년차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출전하기 때문에 이들의 기량 체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무대다. 박세웅 장현식 구창모 임기영 함덕주 등 현재 각 팀을 대표하는 투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 선동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만개를 지켜보기 위해 '와일드카드' 3장도 쓰지 않았다. 이들이 국가대표 야구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