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폐지가 아닌 시즌 종영'
한 예능프로그램이 막을 내릴 때 익숙하게 등장하는 말이다.
'나쁘게 말하면' 조삼모사, 거짓말 또는 헤어진 연인이 묘하게 남기는 '여지'와 같다.
'좋게 말하면' 프로그램을 직장처럼 여긴 출연자들과 스태프, 그리고 프로그램을 아껴준 애청자를 위한 언어순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자뿐 아니라 대중도 '폐지와 종영의 분위기 차이'에 대해서 역시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시즌만을 종영하는 것'이라면 다음 시즌에 대한 기약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시즌9을 끝으로 'SNL' 문을 닫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tvN의 공식입장은 역시 익숙한 그 말, "시즌 종영일 뿐, 폐지 논의는 아직"이라고 전했다.
6년 장수프로그램이자, tvN 전성기를 함께 했던 'SNL'은 폐지된다. 시즌 10은 없다. 취재결과 'SNL' 측은 18일, '大동창회'를 열어 기존 출연중인 크루들과 역대 크루들이 다 함께 모여 뜻 깊은 시간을 보낸다. 한 시즌이 아닌 9개 시즌에 대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마지막회'이다.
'SNL'의 폐지는 방송이 가진 기능과 의미보다 수치로 표현 가능한 효율만을 우선시한 선택이다.
'SNL 코리아'는 2011년, 미국 NBC에서 40년간 방영하고 있는 Saturday Night Live을 포맷을 라이센스를 받아 첫 방송됐다.
우려가 쏟아졌지만, 'SNL'은 즉각 자신만의 옷을 입으며 시청자에게 각인되는데 성공했다.
망기지거나 내려놓기 싫다면 'SNL'에 출연할 이유가 없었다. 수 많은 크루와 스태프, 방청객이 '라이브'로 모여 매주 한 게스트만을 집중 해부하는 포맷, 같은 게스트가 타 방송에서 보여 준 모습들은 철저히 배제시키며 'SNL에서만 가능한' 웃음 들을 만들어냈다.
게스트들은 'SNL' 출연을 계기로 전과 다른 이미지를 얻거나 묵은 구설수를 털어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메인MC 신동엽은 'SNL'과 함께 두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 맹활약한 크루들 역시 각자의 분야에서 상종가를 기록하며 수혜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명대사와 명장면, 인기코너들이 배출됐지만 무엇보다 'SNL'이 안겨준 통쾌함은 '비꼼의 미학'에서 나왔다.
직구보다 느리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변화구. 정치·사회의 현실과 모순은 'SNL'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냈고, 그곳에서 베어나오는 웃음은 넘쳐나는 쿡방이나 관찰예능의 그것보다 더 깊고 풍부한 맛이 났다.
'많은 인원과 비용이 드는데 비해 효율이 적다'는 시장논리에 의해 이제 사라지게 됐지만, 비교 불가능한 포맷을 가진 '특수 기능' 프로그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tvN 은 어떤 프로그램으로 그 토요일의 빈자리를 채울까.
18일 마지막 방송에는 김원해, 박재범 이상훈, 서유리 등이 오랜만에 안방을 찾는다. 김슬기와 클라라도 출연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