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개막된 2017년 한국타이어뱅크 프로야구 리그가 10월 30일 기아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그 막을 내렸다. KBO 리그의 2017년 시즌은 KBO 리그의 36번째 시즌이며, 대한민국의 10개 프로 야구 구단들이 참가하였다. 필자도 어릴 적부터 프로야구의 팬으로서 경기장과 TV를 통해 주요 경기를 관람해 왔고, 노무사로 일하는 중에도 우리나라 프로야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필자의 직업적 특성상 프로야구 선수에게 과연 노동법이 적용될까에 대해 간략히 소견을 적어볼까 한다. 사실 프로 스포츠 선수의 근로자성을 둘러싼 문제는 낡고도 새로운 문제이다. 이 문제가 처음 우리나라에서 주목 받은 것은 지난 2000년에 발족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2009년 4월 28일. Open Shop 형태의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공식발표 했을 때이다. 당시 노조 추진의 배경은 KBO와 각 구단에 대한 선수 권익을 위한 협회의 주장이 철저히 묵살 당했다는 것이다.
선수노조를 둘러 싼 가장 큰 쟁점은 '자영업자'로 여겨지던 프로야구 선수들을 과연 노동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에서 정의된 근로자가 아니라면 노조를 설립하거나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KBO와 각 구단은 선수협회는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노동법 이론과 실무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각 노동 법규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경우에는 근로자란 "…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제2조 제1호)라고 정의되어 사용종속성의 존재가 필요하지만, 노조법의 경우에는 같은 근로자의 정의에 이런 문구가 없기 때문에 사용종속성이 희박하고 노조법상의 입법 목적이 노무공급자들 사이에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는가의 관점에서 볼 때 근로기준법과는 달리 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될 수도 있다라고 보는 것이 노동법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즉, 노동법상 근로자성은 각각의 노동 법규마다 달리 판단되어 그 범위의 크기는 통상 노조법상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보다 넓게 해석된다. 프로 스포츠 선수의 근로자성에 대해서도 프로 야구와 프로 축구처럼 구단이나 클럽이라는 사업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들의 헌법상 노동삼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조법상의 근로자성을 긍정하기 쉽다고 하지만,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성에 대해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견해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프로 야구 선수처럼 경기나 연습 날짜뿐만 아니라 경기 중 플레이 내용에 대해서까지 세세하게 감독의 지시를 받는 점에서 일면 사용종속성을 긍정할 수 있지만, 그러한 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거의 없다. 즉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수는 있지만 매일 장시간의 경기나 연습이 계속되지 않고, 또한 장기간의 오프 시즌이 있기 때문에 법정 근로 시간과 휴식과 휴일·휴가와 같은 근로기준법상의 보호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최근 부각되는 스포츠에서의 산업 재해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경기 중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명이 끊어질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이 좀 더 넓게 적용되어도 좋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노동조합과 관련하여 야구종주국인 미국은 1885년 노조의 전신인 '선수동맹'을 결성하고 선수동맹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에야 '아메리칸베이스볼 길드'가 만들어 지면서 실효를 거두기 시작했다. 연봉하한제와 연금제를 관철시킨 길드는 1953년에야 비로소 노조로 정식출범 할 수 있었다.
일본은 이보다 늦은 1980년 선수회를 발족시킨 뒤 5년 후 노조로 재정비 됐다. 현재 일본의 선수회는 사단법인과 노조로 이원화되어 있다. 사단법인은 유소년 야구교실 등 공익사업을 하고, 노조는 선수들의 처우 개선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한다.
경기가 없는 오프 시즌마다 우리나라에서 선수협회의 노동조합 설립은 언제 쯤 이루어 질지 프로야구 팬으로서 사뭇 궁금해 진다.